주간동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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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바둑사제… 궁합은 ‘글쎄요’

조훈현·이창호 9단(백) : 유창혁·이세돌 9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1-02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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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바둑사제… 궁합은 ‘글쎄요’
    탁구나 테니스에 복식경기가 있듯 바둑에도 ‘페어바둑’이라는 복식대국이 있다. 이창호, 조훈현, 이세돌, 유창혁 9단은 세계 바둑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기사들이다. 이들이 지구촌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마련된 ‘플랜코리아와 함께하는 빅4 페어바둑대회’에 기꺼이 출연해 연말 환상의 복식경기를 펼쳤다. 복식조 구성은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 투표로 정했는데, 팬들은 43%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조훈현-이창호 사제팀 대 유창혁-이세돌 비사제팀의 대결을 원했다.

    두는 순서는 유창혁(흑)-조훈현(백)-이세돌(흑)-이창호(백) 순. 4대 천왕의 대결답게 초반부터 몸싸움이 격렬했다. 백◎에 단수치자 이세돌 9단이 노타임으로 흑1을 갖다붙인다. 옆구리가 시큰거릴 만큼 날카로운 맥점이다. 백△ 두 점은 버릴 수 없는 요석이므로 백2로 하나 밀어둔 뒤 4에 이었다. 여기서 조훈현 9단은 백8로 단수 쳐 흑을 난감하게 만들어놓은 뒤 제자 이창호 9단에게 배턴을넘겼다. ‘창호야, 네가 해결해라.’ ‘선생님, 염려 마세요.’ 마치 사제간의 대화가 들리는 듯하다. 여기서 백1 이하의 수는 당한 모습이다.

    최고의 바둑사제… 궁합은 ‘글쎄요’
    이창호 9단이 터뜨린 묘수는 백10이었다. 이세돌-유창혁 9단이 미처 예상 못한 절묘한 수였다. 이제 흑은 A를 두는 수밖에 없는데 실전은 백B에 흑C, 백D, 흑E로 진행돼 흑1·3·5 석 점이 고스란히 잡히는 결과를 낳았다. 흑은 의 백1 이하의 수순을 예상했던 듯하다. 이것은 백5까지 실리를 크게 차지한 흑이 좋다. 그런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승부. 토스하고 스파이크 때리던 사제간 찰떡궁합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점차 균열을 일으키더니 대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263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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