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2004.01.08

2004년 선언! 이제는 ‘맘짱’시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12-31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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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선언!  이제는 ‘맘짱’시대
    짱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내는 이에게 붙이는 신종 접미사다. 얼굴이 예쁘면 ‘얼짱’이고, 몸매가 끝내주면 ‘몸짱’이란다. 2003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인기를 끈 이들은 하나같이 ‘짱’이라고 불렸다. ‘얼짱’들의 미모는 세상을 환하게 했고, ‘몸짱’들의 섹시한 몸매와 ‘노래짱’들의 가락은 고된 삶의 시름을 잊게 했다.

    그렇다면 얼굴이나 몸이 아닌, 따뜻한 마음과 봉사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이들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들 역시 세상을 즐겁게 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만큼의 찬사와 격려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주간동아’는 이제 그들에게 ‘맘짱’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2004년 새해에는 말 그대로 ‘마음’이 ‘짱’인 이들이 지금껏 알려져온 다른 ‘짱’들처럼 아낌없이 사랑받기를 바라는 소망에서다.

    사실 2003년은 우리 사회에서 ‘맘짱’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 해였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자 수는 2002년 3만5000명에서 2003년 7만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과 경기침체가 겹친 뒤숭숭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가꾼 것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의 공식집계를 봐도 1만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전국에서 대구로 향했다. 이들은 잔해를 헤쳐 사체를 수습하고, 자신들의 생업을 뒤로 미뤄가며 복구 작업을 도왔다. 태풍 매미가 온 나라를 강타한 여름에도 자원봉사의 행렬은 이어졌다. 전국적인 재해 탓에 정부 지원은 변변치 않았지만, 이 한계를 몸으로 ‘때워’ 극복한 것이 바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가계빚 급증, 신용불량 사태 등 서민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타났는데도 2003년 재해 성금이 역대 최대인 것 역시 사회 곳곳에 ‘맘짱’들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언론사 등을 통해 모금된 각종 재해 성금은 2003년 10월 말 현재 대구지하철 참사 관련 670억원과 태풍 매미 피해 관련 1008억원 등 1678억원에 달한다. 2002년의 144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아름다운 재단’의 2003년 11월 현재 모금액도 99억6000만원으로, 이미 2002년 전체 모금액 23억5000만원을 4배 이상 돌파했다.

    2003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비친 대한민국은 가난에 몰린 서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삶의 희망을 잃은 부모가 자식과 함께 세상을 져버리는 잿빛 세계였지만, 그런데도 이 사회가 굳건히 버텨낸 뒤에는 이 많은 이들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2004년을 열면서 우리가 주위에 숨어 있는 수많은 ‘맘짱’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책장을 넘기면, 낡은 점퍼 하나로 겨울을 나며 월급을 쪼개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공동체를 준비하고 있는 의사, 장애인들이 무료로 목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목욕탕 사장, 부모 없는 아이를 돌보는 소녀 ‘엄마’와 달동네를 누비며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경찰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주간동아’가 찾은 우리 시대의 ‘맘짱’들이다.

    장나라와 같은 인기정상의 ‘맘짱’도 있지만 이들은 저 멀리 있는 대단한 이가 아니다. 자신이 선 곳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로 이 세상을 1℃씩 덥히고 있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참 살 만한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인 박노해가 말했듯,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인 것이다. 이들이 있기에, 그리고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맘짱’들이 있기에 2004년 대한민국은 희망을 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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