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2004.01.08

육식의 위기 ‘토종’이 해결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12-31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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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식의 위기 ‘토종’이 해결사?

    2003년 12월23일 경북 경주에서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들을 도살하고 있다.

    최근 동물을 매개로 하는 조류독감, 돼지콜레라, 광우병 등이 창궐하면서 육식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도축과 방역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각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게다가 연일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몰 소식까지 전해져 소비자들은 ‘안전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가 아프다.

    이 같은 현실에서 일부 축산 전문가들이 ‘종축(육류의 품종)의 세계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세계적으로 동일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이에 따라 육류 수급 위기사태로까지 번진 것은 지역별로 특색 있는 종축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종축개량협회 이문연 사무국장은 “현재 전 세계 농가에서 사육되는 닭의 품종은 1∼2종을 넘지 않는다. 돼지, 소 등 다른 가축도 마찬가지다. 축산업이 생산성 위주로 바뀌면서 경쟁력 없는 종축은 도태됐기 때문”이라며 “자생력 있고, 토착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종축들이 사라진 결과가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지역에 광우병 파동이 났을 때도 한우가 안전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지역별로 그 환경에 적합한 다양한 종축이 존재한다면, 요즘과 같은 바이러스 광풍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주지역에서 토종닭을 키우는 수의사 김준혁씨도 “축산업계에 대형화·대량화 바람이 불면서 생산량이 적고, 크기가 작은 토종돼지·토종닭은 일반 농가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며 “하지만 토종 품종은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 결과적으로 이익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종축에 비해 생산량이 적고 관리비가 비싼 종축을 개별 농가에서 개발하고 관리, 개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소비자의 의지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축산기술연구소 강보석 기획실장은 “한우와 같은 토착 종축은 대부분 산지에서만 소비되는 등 판매에 한계가 많아 개발 비용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소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 역시 다양한 종축 개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종축의 다양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종축개량협회의 이 사무국장도 “정부가 종축의 3분의 1만이라도 토착 종축을 살린다는 의지를 갖고 기술 개발과 관리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대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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