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6

2004.01.01

연극 보면서 ‘과학’이랑 놀자!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3-12-26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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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보면서 ‘과학’이랑 놀자!
    ”휙, 휙! 나는 이 우주에서 제일 빠른 빛, 비출래다.”

    “똑딱똑딱! 나는 모든 사람들을 지배하는 시간, 초초다.”

    그래서 주책 맞은 아인슈타인 할아버지는 장난꾸러기 빛과 시간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킨다. 아하! 어린이 과학연극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를 보면 상대성이론이란 사실 저렇게 간단한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 결과, 비출래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가는 초초는 헉헉거리면서 점점 처진다.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는 ‘과학연극’이란 부제가 붙긴 하지만 ‘여기서 잠깐!’ 같은 과학적 설명이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아인슈타인 박사와 비출래, 초초, 길기리, 블랙홀이란 5명의 주인공이 장난치고 달리고 노래하는 보통(?) 연극이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자신이 쓴 책을 뒤적이며 설명이라도 할라치면 먼저 주인공들은 ‘못 알아듣겠다’고 아우성을 쳐버린다.

    비출래와 초초, 비출래와 길기리는 각각 달리기 시합을 통해 상대성 원리를 ‘간단히’ 확인한다. 마지막 부분에선 달리기를 싫어하는 먹보 블랙홀이 모두를 빨아 들여버리지만.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는 2005년 현대 물리학의 기초를 다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을 앞두고 창작된 과학극이다.

    ‘빛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는 없을까?’, ‘시간을 뒤로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가졌던 질문들은 역설적으로 상대성이론을 배우면서 골치 아픈 시험 문제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호기심’이나 ‘상상력’이 광채를 상실해버리는 것이다. 이 연극은 인간의 자연스런 호기심을 존중하고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대 물리학과 소광섭 교수와 전남대 물리교육과 박종원 교수가 과학적 자문을 맡긴 했지만 연출은 서울예대 교수이자 마임극 전문가인 임도완씨가 맡았고, 극본과 노래는 국내외 어린이극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극단 사다리가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 극을 보는 동안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무대와 주인공들의 의상에서는 아이디어와 성의가 보이고 랩과 록, 룸바와 재즈로 편성된 음악도 아이들-정말 열심히 박수를 친다-과 어른 모두에게 흥겹다.

    재미·내용 모두 관객 눈높이 맞춰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의 눈높이에서 얻을 게 있는 연극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비출래와 초초와 길기리, 블랙홀이 꽤 친한 친구들이란 걸 알게 되고 어른들은 다시 한번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의해 상대적으로만 유의미하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접하게 된다. 아이들만 극장 안에 집어넣고 어른들은 노래방으로 가는 어린이극 관람문화에 대해서도 반성하면서.

    공연장 앞에 마련된 아인슈타인 전시물과 블록 쌓기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2004년 1월6일과 13일 정오에는 30분 동안 각각 이상욱 교수(한양대 철학과)와 정재승 교수(고려대 신경망동력학연구센터)가 ‘꼬마 아인슈타인에서 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까지’ ‘영화 속 물리학자 vs 영화 밖 물리학자’를 주제로 한 재미있는 강연도 마련한다.

    2004년 1월18일까지 목동 브로드홀.

    공연 및 강의 문의 02-382-5477



    문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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