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무대는 온천도시 유성. 기둥 줄거리는 풋내기 순경인 병기와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면서 크리스마스 때마다 남자에게 차이는 징크스를 가진 볼링장 직원 민경, 어렸을 때 온천장에서 당한 수모 때문에 병기가 아직도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온천파 두목 석두의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온천미인대회, 산타클로스를 주인공으로 한 에로영화를 찍는 비디오 영화팀 등과 같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삽입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연인들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러브 액추얼리’를 연상시키지만, 전체적으로 ‘아메리칸 파이’에 더 가깝다. 노골적인 성적 농담과 화장실 농담들로 짜여진 외피를 벗겨내면 남는 건 은근히 순수한 로맨스에 대한 갈망이다. 영화는 특별히 잘나지도 않고 선량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네들의 평범한 삶 속에서 겪어왔을 법한 좌절과 희망을 그려낸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정확한’ 영화다. 차태현, 김선아, 박영규의 연기는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일치하고, 다소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도 정확하다. 그리고 온천장 주변의 소소한 묘사도 설득력 있다.
문제는 이치에 맞는 모든 설정과 캐릭터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이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초점이 없는 영화다. 영화는 요란한 장르 코미디로 보기엔 웃음이 너무 약하고, 그렇다고 살짝 오프비트한 아트하우스 코미디로 보자니 깊이가 없으며 결말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렇다고 삼각관계 로맨스로 보자니 대단한 감정의 고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모든 장점들은 머리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이해될 뿐, 관객들의 즐거움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가능성 있는 장르 부속품들을 엉성하게 조합해 연결한 정체불명의 기계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