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2

2016.08.24

커버스토리 | 빚 권하는 사회

저소득층 빚 부담 경감? 채권추심에 더 열심인 국민행복기금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08-22 1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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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저소득층 채무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적 자활을 지원하는 채무조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공약을 지키고자 박 대통령은 2013년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상환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채무조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국민행복기금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무자의 빚 일부를 탕감해준다던 국민행복기금이 월 소득이 35만 원에 불과한 사람에게까지 채권추심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국민행복기금은 2013년 3월 29일 기존 신용회복기금을 전환해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밝힌 국민행복기금의 기능은 채무자의 채무를 원금의 최대 50%(기초수급자는 70%)까지 감면해주는 것이었다. 설립 목표는 저소득 채무자를 추심 등의 부담으로부터 구해주는 것이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국민행복기금은 신청한 채무자의 채권을 금융사로부터 평균 원금의 5.6% 가격에 샀다. 여기서 채무자의 빚을 50% 탕감해준다 해도 국민행복기금 측에는 44.4%가 남는다. 결국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부실채권시장에서 이득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국민행복기금을 관리 및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조정을 실시한 대상자 49만 명의 연평균 소득은 415만 원으로 월 소득 34만5800원에 불과하다. 이들의 평균 채무 원금은 1054만 원, 채무 감면율은 53.7%였다. 단순히 계산하면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자로부터 받는 돈은 평균 약 488만 원. 10년 상환 기준으로 매달 약 4만700원씩 갚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이 금융사들로부터 채권을 사오는 가격은 56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국민행복기금은 빚을 갚을 길이 없어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내려고 채권추심회사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전 의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국민행복기금 위탁 수수료 지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행복기금 출범 이후 회수된 채권은 4449억6900만 원이며 이 중 22.8%인 1017억4900만 원이 민간 채권추심회사에 위탁수수료로 지급됐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신 전 의원은 “추심을 많이 할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민간 채권추심회사는 과잉추심을 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국민행복기금을 민간에 위탁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 장기 연체 채권 소각을 검토했으나 아직 채권 소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은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 채무조정에 임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민간 채권추심회사에 채권추심을 맡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채무조정이 이뤄진 뒤 약속된 금액을 추심하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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