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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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선택의 길 … ‘성장 위험’과 놀아라

15편 영화에서 찾은 자기 변화 11개 키워드 … 인생 ‘터닝 포인트’는 바로 지금 이 순간

  • 심영섭/ 영화평론가·임상심리학자

    입력2003-12-24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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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란 선택의 길 … ‘성장 위험’과 놀아라
    누구나 한번쯤은 ‘그때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때 그와 결혼했더라면, 그때 그 학교에 갔더라면, 혹은 그때 그 회사를 선택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패밀리 맨’의 주인공 니콜러스 케이지는 자신이 가보지 못한 생을 슬쩍 엿본 것만으로도 삶이 확 바뀌어버린다. 무엇으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삶의 역사를 살 순 없다는, 징그럽게 진부하지만 눈물나게 소중한 진리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고 본질을 파악하자. 그러면 돌덩이도 황금으로 변한다.

    2.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어냐

    자기를 찾는 것, 자기다운 것, 자기답게 사는 것. 그것은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무엇’이다. “음악가는 음악을 해야 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하며,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는 말처럼 자기 스스로 원하고 또 그리 될 수밖에 없는 내적인 동기에 따라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지에 뿌리내린 여성, ‘안토니아스 라인’의 안토니아처럼 말이다. 안토니아의 어머니는 결혼이란 제도 안에서 죽는 날까지 남편을 증오하며 살았지만, 안토니아는 과감히 그 제도에서 벗어나 이웃사람들을 포용하며 살아간다.

    삶이란 선택의 길 … ‘성장 위험’과 놀아라
    3. 편견, 잘 만났다! 한판 붙어보자

    전통적 인습이나 제도의 구속, 즉 머릿속의 ‘금’으로부터 벗어나보자. 사장이라는 명함 때문에 돈 많은 속물로밖에 보이지 않던 남자가 어느 날 꽤 좋은 남자로 보이게 될 것이다. 머릿속의 금을 지우고 새롭게 태어난 ‘타인의 취향’의 주인공 클라라처럼. 편견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금세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



    4. 있는 그대로, 그 느낌 그대로

    자기 존중감이 낮은 이들은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부정적인 면이나 약한 부분을 숨기기 위해 더 단단한 성을 쌓는 것이다. 그러나 남는 것은 고독과 불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연민뿐이다. 영화 ‘키드’에서 브루스 윌리스도 “미국인 사망원인 1위는 바로 자기 연민”이라 하지 않던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컬슨처럼 선악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5. 때로는 순수하고 단순하게

    때로는 아주 단순한 선택이 삶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다. ‘펀치 드렁크 러브’의 문 손잡이 세일즈맨 베리 이건의 경우가 그렇다. 어느 날 그는 자기가 살던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문 손잡이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하와이로 가 사랑하는 여자 레나와 키스를 나누는 순간, 주변의 모든 이들은 그림자가 돼버린다.

    6. 몇 초의 행복이 평생의 행복

    존재 욕구에 따라 자신과 남들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하면 사람들은 자기를 잊거나 초월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 매우 강렬한 행복감을 체험하며 순간을 충실히 살게 된다. ‘절정 체험(peak experience)’이라 불리는 이 순간은 우리가 지는 해를 바라보거나 막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혹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문득 느낄 수 있는 몇 초 몇 분간의 행복이다.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농부 조르바가 우주와 합일하듯 모닥불 가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바로 그 순간처럼 말이다.

    삶이란 선택의 길 … ‘성장 위험’과 놀아라
    그런가 하면 ‘밀애’의 미흔처럼 이제껏 소홀히 해온 자신의 육체를 재인식함으로써 과감히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도 있다. 육체는 기억의 그릇이고, 외모는 정체성에 대한 일종의 명함이므로. 그건 단지 살을 뺀다든가 누구를 흉내낸다든가 성형수술로 이목구비를 바꾼다든가 하는 류의 ‘껍질’의 변신이 아니다. ‘뮤리엘의 웨딩’의 뮤리엘은 단지 거울 속 자신을 똑바로 보고, 머리에 핀을 꽂고, 화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비하감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이 자존감을 높이는 경우는 영화 ‘세크리터리’에도 해당된다. 사춘기 소녀 리는 자기 몸에 상처를 냄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다. 하지만 사디스트 기질이 가득한 상사 에드워드를 만나면서 독특한 교감과 애정을 나누게 된다. 자학을 멈추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늘어진 스타킹을 갈아 신고, 머리를 예쁘게 올리고, 화장을 하는 것이다.

    8. 두려움 박차고 당당히 활보하라

    당당함은 힘이 세다. 비록 아이를 낳아 무뎌진 허리라도 굵은 벨트를 하고 활기차게 거리로 나설 때의 바로 그 힘이다. 어른을 위한 우화 같은 사랑스런 영화 ‘초콜릿’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 역시 한때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던 여배우들의 (나이로 인한) ‘변신’이다.

    삶이란 선택의 길 … ‘성장 위험’과 놀아라
    9. 내면의 거울 꾸준히 쓸고 닦고

    물론 변화의 터닝 포인트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면을 가꾸기 위한 투자와 지적인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에서 아름답지만 멍청한 금발미녀보다 밤새도록 얘기해도 지루하지 않은 평범한 외모의 에비가 결국 꽃미남을 차지하지 않던가. 심지어 ‘쉘로우 할’에서처럼 앉기만 해도 의자가 부서지고 낙하산만한 속옷을 입는 그녀라도 ‘영계만이 삶의 즐거움’이라는 남자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사고의 자발성이란 무엇일까?

    10. 내가 좋아하는 일에 미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것이 피아노 연주든, 인체의 뼈 근육 호르몬의 이름을 외우는 일이든, 나무가 비단처럼 부드러워지도록 매만지는 일이든. ‘라이딩 위드 보이즈’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 임신하게 된 드류 배리모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쓰는’ 일을 나침반으로 삼아 결국 고등학교 자퇴라는 깊은 수렁에서 벗어난다.

    11. 다음번에 오는 파도는 희망

    이제 ‘긍정의 힘’을 말할 차례다. 무인도 표류 4년 만에 돌아온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지만 담담히 “다음번 파도가 무엇을 가져다줄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삶은 ‘안전’과 ‘성장’의 위험 사이의 끊임없는 선택이다. ‘하루에 열두 번씩’ 성장을 위한 선택을 하라. 그러면 변화한다.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체험에 의지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지금 당장 저 문을 나서 자신만의 절실한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이미 우리는 더 나은 삶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자기 변화의 마법은 지금, 바로 여기, 우리 손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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