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2

2003.12.04

고딩 기사 원성진 ‘특급 소방수’

원성진 5단(흑) : 고바야시 고이치 9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11-27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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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딩 기사 원성진  ‘특급 소방수’
    부산에서 열린 제5회 농심신라면배 2라운드에서 원성진 5단은 혼자 3연승을 거두며 이제까지 단 1승도 못 올리고 허덕대던 한국 대표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다. 한 달 전 베이징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선봉으로 나섰던 허영호 2단, 홍민표 3단에 이어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재개된 2라운드에 나선 여전사 박지은 4단마저 일패도지하여 이번 한국대표팀은 역대 대표팀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주장 이창호 9단이 수문장으로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두주자들이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서는 아무래도 중과부적일 터. 바로 이때 4번 주자 원성진 5단이 3연승을 달리고 있던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의 덜미를 잡은 데 이어 중국이 ‘이창호 킬러’라고 자랑하는 후야오위 7단, 그리고 일본대표로 나선 류시훈 9단까지 파죽지세로 잡아버림으로써 대회 우승의 물꼬를 일거에 터놓은 것.

    남은 주자는 일본 2명(가토 9단·린 하이펑 9단), 한국 2명(원성진 5단·이창호 9단),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며 큰소리치던 중국은 달랑 1명(구리 7단). 이렇게 되자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이 버티고 선 한국의 우승이 오히려 가장 유력해졌다.

    고딩 기사 원성진  ‘특급 소방수’
    참으로 멀고 먼 1승이었다. 특급 소방수의 임무를 띠고 출전한 원성진 5단이었지만 백전노장 고바야시 9단의 관록에 질질 끌려다니다 ‘사망진단서’ 수령만 남겨 놓은 상황. 이 때 흑 ▲ 에 이은 백1이 한국 바둑을 수렁에서 건져준 수였다. 순간 흑2의 멋진 승부수가 터졌다. 이 수 덕분에 백대마도 두 집을 내지 못했다. 백도 5 이하로 흑을 압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국 흑12까지 우상귀에서 목숨을 건 패가 났고(이미 패가 나는 과정에서 백은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원성진 5단은 다른 곳에서 패의 대가를 구해 역전시켰다.

    백1로 먼저 두었으면 끝이었다. 이때도 흑은 2 정도가 최선인데 그렇다면 실전에서는 백이 그 다음에 한가하게 A에 두었다는 얘기 아닌가. 279수 끝, 흑 3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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