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2

2003.12.04

열차후부감시장치 40억원 꿀꺽?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11-26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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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후부감시장치 40억원 꿀꺽?

    열차후부감시장치.

    7월 철도청이 열차의 안전운행을 위해 도입한 ‘열차후부감시장치’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어 철도청의 예산 운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열차후부감시장치란 기관차 운전실과 열차 끝 차량에 무선으로 자동교신되는 수신기 및 센서를 달아 운행 도중 열차 연결장치가 풀리는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했을 때 경보음을 울려 기관사에게 알려주는 장치다. 과거에는 기관사가 ‘측등’을 통해 열차의 분리 여부를 확인해왔다. 철도청은 한 세트당 1300만원에 달하는 이 장치를 구입해 두 달간 299대의 화물열차에 설치했지만, 자주 통신이 끊기는 등 문제가 발생해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치 운용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소형 승용차 가격과 맞먹는 이 장치가 그 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철도청이 제반 여건은 파악하지 않은 채 계획 없이 40억원의 돈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1인 승무시 안전을 위해 도입된 이 장치가 실제로 ‘일거리를 더 늘렸다’는 지적도 있다. 열차를 운행할 때마다 열차후부감시장치를 붙이고 제거하는 업무를 기관사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 철도노조측은 “대책 없이 장치를 구입한 뒤 이를 책임지고 운용할 인원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는 것은 더욱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철도청 관계자는 “열차후부감시장치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납품업체와 함께 장치를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12월 초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열차후부감시장치 생산업체인 S사는 “미국에서 상용화된 이 장치가 산악지역이 많은 한국에 도입돼 통신이 두절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통신환경의 미비가 문제일 뿐이므로 장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져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충분한 시험운행을 통해 문제점을 검토한 후 장비 구입을 결정했어야 하는데도 철도청이 장비부터 먼저 구입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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