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4

2003.10.09

스릴 만점! 금괴털이 한탕작전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3-10-02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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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 만점! 금괴털이 한탕작전
    ‘이탈리안 잡’은 1969년 마이클 케인이 주연한 영국 범죄물을 리메이크한 것이지만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아니다. 원작과 같은 점이 있다면 이 영화가 베엠베(BMW) 미니 쿠퍼를 이용한 절도극이라는 정도? 심지어 이 영화의 주무대는 이탈리아도 아니다. 이탈리아는 초반 20분 동안에만 나오고 만다. 원작의 제목은 ‘이탈리아에서의 한탕’ 정도의 의미지만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우리가 이전에 이탈리아에서 했던 것과 같은 한탕’의 의미로 바뀐다.

    영화는 ‘이탈리아에서의 한탕’으로 시작한다. 늙은 도둑 존 브리저(도널드 서덜랜드 분)가 이끄는 전문도둑 일당이 베니스에서 몇 천만 달러짜리 금괴를 훔쳐내는 데 성공하지만 일당 중 한 명의 배신으로 일은 엉망이 된다. 브리저는 살해당하고 간신히 빠져나온 일당은 브리저의 딸 스텔라(샤를리즈 테론 분)와 함께 그 금괴를 훔칠 계략을 다시 꾸민다.

    원작의 매력은 철저한 비도덕성이었다. 한마디로 잘난 도둑이 ‘한탕’한 뒤 여자까지 챙긴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리메이크 버전은 어느 정도 절제한다. 영화는 이들이 도둑이라는 사실보다 한 분야에서 꽤 수준 높은 전문가라는 점에 더 비중을 두고 복수극이라는 선악 구조를 첨가한다. 이 영화에서 악당인 스티브(에드워드 노튼 분)가 금괴를 털리는 이유도 그가 ‘악당이기 때문’이다.

    범죄자 주인공들을 지나치게 잘봐준 듯한 느낌이 들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쿨하고 즐겁다. ‘이탈리안 잡’은 일종의 스릴러물이다. 조금 독특한 전문가들이 모여 비폭력적이지만 은근히 위험한 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영화에서 중요한 건 두뇌와 전문기술이고 폭력과 폭발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요즘 영화계 전반의 기준으로 보면 온화하기 짝이 없는 영화지만 ‘이탈리안 잡’은 그래도 꽤 실속 있는 자동차 추적 장면을 품고 있다. 다만 그 장면은 무게감과 파괴성을 내세우는 일반 할리우드 영화의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인공들이 3대의 미니 쿠퍼에 나누어 타고 로스앤젤레스의 도심가와 하수도를 질주하며 2500만 달러짜리 금괴를 훔치는 장면인데, 둔하고 커다란 미제 자동차 사이를 이 복고풍의 소형차들이 소매치기 소년들처럼 잽싸게 누비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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