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3

2003.10.02

극한의 도전 목숨 건 ‘모험 일기’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3-09-25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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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의 도전 목숨 건  ‘모험 일기’
    바다와 사막은 정반대인 것 같으면서도 닮은 점이 많다. 짠물로 가득하건 모래나 자갈로 덮여 있건, 둘 다 거대하다는 점에서 대양(大洋)이라 부를 만하다. 이런 곳에서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항해하고, 방랑하고, 지(수)평선을 가로질러 도망쳐 다녀야만 살아갈 수 있다. 거칠 것 없는 자유가 주어진 곳이지만 동시에 창살 없는 감옥이기도 하다. 두 가지 사이에는 테오도르 모노가 지적했듯 ‘너무나 많은 공통점이, 너무나 비밀스럽고 깊은 유사성이’ 존재한다.

    바다와 사막, 그 두 절대 자연에 온몸으로 다가갔던 이들의 탐험기 ‘낙타 여행’(테오도르 모노 지음)과 ‘푸른 항해’(토니 호위츠 지음)는 그래서 전혀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깨달음과 간접체험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전자는 작열하는 태양과 모래뿐인 사하라 사막 여행을, 후자는 18세기 원양 항해로 새로운 세계를 열었던 제임스 쿡의 여정을 보여준다.

    ‘사막의 순례자’ ‘르네상스적 인문주의자’ ‘평화주의자’로 불리는 테오도르 모노는 1922년 20세 때 해양생물을 연구하러 아프리카 모리타니 연안으로 떠났다. 그런데 그가 연구를 위해 바라보던 바다가 아닌, 그 반대편에 있는 사하라 사막이 그를 잡아끌었다. ‘모래땅 위를 단봉 낙타의 느릿하면서도 유연한 리듬에 맞추어 걸어가는 캐러밴’을 보고 그는 그들의 여행과 꿈을 좇아 사막으로 뛰어들었다.

    불모의 모래와 작열하는 태양만이 존재하는 죽음의 땅 사막에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일까. 먼저 지질학, 생물학, 고고학, 역사학을 넘나드는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한 그에게 사막의 풀, 화석화한 인간의 해골, 암각화, 유럽인의 침략과 노예무역의 역사, 지상에서 가장 큰 운석, 오아시스, 65종의 포유류와 90종의 조류, 암염 같은 것들은 하나의 경이로 다가왔다.

    이 책의 번역자 이재형씨는 모노가 사하라를 여행한 진짜 이유는 모험과 발견, 그리고 자아의 초월에 있었다고 표현했다. 모노에게 사막은 하나의 철학이자 사유의 근간이었던 것이다.



    그는 여행 중 아주 작은 풀밭이나 맨 모래밭에서 취하는 휴식, 사치스럽게도 사막에서 끓여 마시는 한 잔의 차, 지독한 피로감과 수면을 취한 뒤 되찾는 원기, 매번 새로운 관찰의 즐거움, 혹은 여행 내내 지속되는 권태감을 즐길 줄 알았다. 값싼 낭만 대신 ‘확실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배웠고, 그리고 자연에서 겸허함을 배웠다.

    현대에 이르러 모노가 미친 듯이 도취했던 유목민의 세계는 잊혀져가고 있다. 사막여행에는 낙타 대신 자동차와 비행기가 동원되고, 유목민들이 가르쳐줬던 단순함과 인내, 금욕적인 생활방식도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모노가 ‘사막의 순례자’였다면 18세기 탐험가 제임스 쿡은 ‘바다의 순례자’였다. 그는 세계의 3분의 1을 돌아다녔다. 그가 항해한 거리(32만km)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그는 하와이, 이스터, 통가, 소사이어티, 뉴칼레도니아 같은 섬들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영국땅임을 선언한 것도, 후세 탐험가들이 남극을 탐험하도록 자극한 것도 그였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섬들의 군집(쿡 제도)에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호기심 많던 가난한 시골뜨기 제임스 쿡을 바다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내가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더 멀리, 인간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한계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야망’ 때문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푸른 항해’의 저자 토니 호위츠는 집 뒤 베란다에서 등나무 흔들의자에 앉아 쿡의 일기를 읽다가 자신도 ‘세계일주 항해를 하고 싶다는 총체적이고, 원대하고,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쿡이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냉정하게 항해를 계속해 발을 내디뎠던 남태평양 타히티와 보라보라, 베링해 등에서 쿡의 발자취를 찾아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쿡의 여정을 따라가는 호위츠의 시선은 18세기와 21세기, 두 시기를 교차한다. 호위츠의 여행도 쿡의 그것만큼이나 많은 난관에 봉착하지만 ‘역사상 누구보다 더 멀리 갔던’ 제임스 쿡을 아는 데는 그만한 지름길이 없었다.

    후세 사람들은 쿡에 대해 이중적인 평가를 내린다. 새로운 땅을 개척한 영웅이자, 권총과 매독, 럼주 같은 것들을 퍼뜨린 제국주의자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인 버나드 스미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한 사람’이다. 시종 유머러스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호위츠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낙타여행/ 테오도르 모노 지음/ 이재형 옮김/ 웅진닷컴 펴냄/ 350쪽/ 1만2000원

    푸른 항해/ 토니 호위츠 지음/ 이순주 옮김/ 뜨인돌 펴냄/ 592쪽/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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