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3

2003.10.02

‘파이 축소’ 국내무대서 가방 꾸린다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3-09-25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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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 축소’ 국내무대서 가방 꾸린다
    국내 랭킹 1위 정일미를 비롯 이미나 박소영 임성아 등 한국 여자 골퍼들이 국내 대회 축소로 줄줄이 미국행을 선택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니카 소렌스탐, 정일미, 이미나).얼마 전 H사에서 주최하기로 했던 국내 여자 골프대회가 취소되자 한국의 여자 프로골퍼들이 줄줄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일미 이미나 박소영 임성아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국내 톱 상금랭커들이 모두 미국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아닌 게 아니라 올해 국내 상금랭킹 1위인 이미나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상금랭킹 1위인 아니카 소렌스탐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23배(8월 말 기준) 이상 차이가 난다.

    이미나가 국내 투어에서 벌어들인 돈이 65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소렌스탐은 15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대회는 예정돼 있던 대회라도 대회가 열릴지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랭킹 1위와 생애 총상금 1위를 지키고 있는 정일미는 인터뷰 때마다 절대 해외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온 바 있다. 그러나 정일미마저 이번엔 미국 Q스쿨행을 택했다. 국내 여건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정일미가 32살의 나이에 당초 입장을 바꿔 미국행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국내 여자대회는 5~6개 정도였고 오버파를 기록한 골퍼가 우승하는 시대였다. 한국여자오픈 경기에선 언더파를 치면 별도상금 3000만원을 주겠다고 ‘당근’을 내건 적도 있었다. 박세리의 등장 이후 여자골퍼들의 기량이 날로 발전했고 박세리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여자 골프대회가 활성화돼 여자 골퍼들의 고수익 시대가 아주 잠깐 찾아왔었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최근 깊은 불황에 빠져들면서 대회 수와 상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 적은 대회 수와 얄팍한 상금은 우수선수 발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무대에서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한국선수가 15명에 이른다.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국내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선수 저변 확대는 언감생심이다. 특히 국내 톱 프로골퍼들이 미국으로 떠난다면 국내 대회는 더 위축돼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것이다.

    올해 미국 Q스쿨에 도전한 10여명의 한국낭자 중 미국 투어 입성에 성공한 선수는 조정연 전설안 둘뿐이다. 이미나 임성아 정일미 박소영 등은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이들 골퍼들은 늘어가는 나이보다 국내 대회가 점점 줄어드는 게 더 안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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