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3

2003.10.02

인간 바둑돌 흥미진진 … 역시 조훈현

조훈현 9단(백) : 창하오 9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09-25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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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바둑돌 흥미진진 … 역시 조훈현
    바둑판 크기가 1005㎡(300여평), 무게가 159t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둑판. 바둑돌은 각각 검은색과 흰색 옷을 입은, 소림 무술을 배우는 무동들. 사람이 바둑돌을 대신하는 것이다. 가히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을 바둑 이벤트가 9월20일 중국 후난성(湖南省) 난팡창청(南方長城)에서 열렸다. 이름하여 2003 한·중 초청 무림대결. 이 역사적인 대국에는 한국의 조훈현 9단과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이 초청되었다.

    대국에 앞서 치러진 개막식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올 햇수에 맞게 2003마리의 비둘기를 날리고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624명의 합창단이 성 위에서 합창을 했다. 이어 300명의 고수가 북을 치며 화려한 이벤트의 개막을 알렸다. 비용 역시 기록적이다. 무림대결 한 판에 든 비용이 한화로 약 15억원. 샹시묘족 자치정부가 주관한 이 대결은 최근 정체된 중국바둑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난팡창청을 바둑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대국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성 위의 누각에서 두 기사가 일반 바둑판에 착수를 하면 무동들이 그 수순대로 초대형 바둑판으로 뛰어가 자리했다. 그때 그냥 뛰어가 앉는 것이 아니라 취권을 비롯한 각종 권법을 보여주며 바둑판에 등장했다. 바둑의 정적인 면과 무예의 동적인 면을 결합한 것이라 하는데, 신하동방무술학교에서 무술을 배우고 있는 8~20세의 무동들이 이 대국을 위해 두 달간이나 연습했다고 한다.

    바둑은 조훈현 9단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바둑 내용은 진기한 이벤트에 어울리게 초반부터 진기한 포석으로 시작해 한껏 흥미를 고조시켰다. 를 보면 흑을 쥔 창하오 9단이 좌변에서 계속 한 칸씩 뜀뛰기를 해 마치 장대처럼 일직선으로 선 모습이다. 수순 가운데 흑6 대신 A로 파고들어 실속을 차릴 수도 있었다. 어쩌면 창하오 9단은 승패를 떠나 관전객들에게 눈요기를 제공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초반에 실속을 뺏긴 흑은 10집 반을 졌다. 승리한 조훈현 9단은 2만 달러의 상금과 난팡창청에 손도장을 찍는 최초의 기사가 되었다. 대국 뒤 조훈현 9단은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고생한 백돌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자기 바둑돌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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