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9

2003.08.28

‘간호사 4인방’ 의사 잡으러(?) 로펌 속으로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08-21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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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4인방’  의사 잡으러(?) 로펌 속으로
    전문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로펌에 간호사가 근무한다면 과연 어떤 일을 할까. 국내 최대 의료종합 로펌인 ‘법무법인 한강’에서는 전은형(28) 이현정(28) 김정하(27) 강영임(36·왼쪽부터) 4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다. 이들 연구관들은 진료기록을 들고 찾아오는 의뢰인들과 상담하며 그들을 진료한 의사에게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해준다.

    “간호사 출신이기 때문에 의사보다는 환자 분들에게 더 친밀감을 느낍니다.”(강영임) “우리가 로펌에서 일한 뒤로는 승소율이 높아졌다고 흡족해하더군요.”(전은형)

    이들은 자신들의 전공과 경험에 따라 ‘내과·소아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로 영역을 나누어 상담과 소송에 대비한다. 일반인들은 병원에서 억울하게 사고를 당해도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승소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 같은 고민을 하기는 변호사도 마찬가지. 이때 현장 상황을 잘 아는 간호사들의 진가가 발휘된다.

    일선에서 의뢰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당황스런 일을 종종 겪는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용성형 관련 문의가 대표적이다. 성형수술이 잘못됐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 이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데 애를 먹는다. 그러나 가장 힘이 들 때는 억울하게 의료사고를 당한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찾기 어려운 경우.

    “출산 도중 아이가 불구가 되거나 죽게 되는 경우, 의사의 과실임을 증명할 단서를 찾지 못해 그냥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아픕니다.”(김정하)



    그러나 조금이라도 의사의 과실 때문이라는 것이 감지되면 이들은 수백장의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치료 상황을 되짚어본다. 간호사로서 의료 관행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의사들의 약점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결국 의사의 태만, 부적절한 대처, 잘못된 판단, 수술 실패 등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해 소송을 준비한다.

    국내의 경우 의료 전문 로펌이 몇 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처럼 의료지식을 갖춘 사람이 법률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 이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에 돌아가면 전공인 의료 분야는 물론이고 의료사고 판례까지 공부합니다.”(이현정)

    법률가가 다 된 이들이 가장 기쁠 때는 재판에서 승소하여 피해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과실을 숨기는 의사에게 경종을 울렸을 때라고. 누가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의료 현실 속에서 이들은 법률가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고, 의사의 과실이라고 생각된다면 지체 없이 진료기록을 가지고 저희한테 오세요. 의료사고 관련 소송 전문가들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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