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2

2003.07.10

崔대표 “탈당하려면 빨리 하라”

‘강한 野黨 만들기’ 능력 검증 시작 … 불협화음 제거·총선 대비 ‘발등의 불’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7-02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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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崔대표 “탈당하려면 빨리 하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최병렬-김덕룡’ 투 톱 체제에 대해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 전이다. 최병렬 신임 한나라당 대표는 이 제의를 듣고 다른 후보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부담스럽다는 반응과 ‘굿 아이디어’라는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보였다고 한다.

    김덕룡 의원(DR)이 총무가 되면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개발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화합하는 이상적인 당 지도부상도 구현된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가고자 하는 영·호남 화합의 길도 선점할 수 있다. 일석삼조인 셈이다. 경선 후 김문수 의원과 김무성, 남경필 의원 등이 DR 총무 추대 작전을 본격 추진했을 때 최대표는 처음에는 이를 못 본 체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를 짚지 못했다. 바로 총무 경선에 나선 홍사덕 의원이다. 홍의원은 DR와 서울대 61학번 동기로, 40년지기다. 두 사람은 정치적 이해보다 친구의 정리(情理)를 우선시하는 신뢰관계에 있다. 김문수 의원 등 추대파들도 DR의 고민을 읽고 “친구부터 물러나야 명분이 선다”며 홍의원 설득에 공을 들였다. 28일, 김문수 의원은 지리산에 있는 DR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 DR는 “홍사덕 의원이 가는데 내가 그럴 수 없다”며 총무 출마를 고사했다. 최대표의 첫번째 좌절이었다.

    ‘최병렬 코드’는 국가주의·개혁적 보수

    한나라당 권오을, 이성헌, 남경필 의원과 김성식 위원장(관악갑) 등 미래연대(대표 남경필 의원·권영진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소속 인사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정식집 ‘선천’으로 탈당 입장을 밝힌 김부겸 의원과 김영춘 의원을 초청했다. 원희룡 의원은 김부겸 의원에게 “지난 총선 때 김선배가 같이 하자고 해 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한나라당으로 왔는데 지금 와서 당을 떠나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며 항의성 질문을 던졌다. 김의원은 “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불확실해 같이 하자는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김성식 위원장은 울면서 “당신들이 나가면 우리가 내년 총선에 무슨 명분으로 출마하느냐”며 잔류를 요청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한나라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탈당 의지를 꺾지 않았다.



    우연일까. 이런 탈당 흐름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홍사덕-김덕룡 의원과 함께 서울대 61학번 트리오인 이부영 의원이다. 이부영 의원은 27일 일본 오사카 기자간담회에서 탈당 의사를 밝혔다. 최대표는 “이부영 의원과 김영춘 의원만은 꼭 잡으라”는 밀명을 내렸다. 최대표는 특히 김의원을 차세대 리더로 꼽을 정도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선천 회동’도 이런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대표도 이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들은 최대표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했다. 최대표에게 닥친 이 두 번째 시련은 진행중이다.

    취임 초부터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최대표의 취임 일성은 ‘강한 야당 지향’이다. 최대표는 올 초 한 사석에서 “치고 나가야 할 때 치고 나가지 못한 대세론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진단한 적이 있다. 최대표는 강한 야당을 바탕으로 국익을 우선시하는 국가주의와 개혁적 보수라는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할 계획이다. 최대표는 경선 후 측근들에게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마지막으로 뭔가 남겨놓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하며 ‘최병렬 코드’를 강조했다. 최대표의 측근인 권영진 미래연대 공동대표는 “야당을 바로 세워 흔들리는 국정을 바로잡는 것이 최대표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것이 총선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이다.

    崔대표 “탈당하려면 빨리 하라”

    김덕룡 의원(왼쪽)과 홍사덕 신임 원내총무.

    그러나 출범과 동시에 최병렬 호를 강타한 각종 악재들은 최대표 체제의 순항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잔칫집에 날아든 개혁세력들의 탈당 및 신당 창당 바람이 우선 최대표측을 곤혹스럽게 한다. 한 측근은 “최대표는 원래 진보든 보수든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며 수시로 탈당설을 흘리는 인물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때 당을 옮긴 철새들처럼 탈당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최대표의 지론이라는 것. 최대표의 한 측근은 “지금 대표의 입장은 몇몇 의원을 제외한 탈당파들에게 ‘탈당하려면 빨리 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표 경선 후 냉랭한 분위기 여전

    그러나 탈당 바람이 생각보다 큰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최대표 진영에 긴장감이 감돈다. 탈당 인사들이 10명을 넘고, 보-혁구도로 정치권이 개편될 경우가 문제다. 이 경우 최대표는 당권 장악과 관련한 후속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된다. 탈당 사태가 확대되면 경선 후폭풍이 다시 휘몰아칠 수도 있다. 대표 경선 때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비방 등 혼탁 양상이 끝없이 이어졌고 냉랭한 분위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더구나 최대표의 득표율은 35.5%에 지나지 않는다. 서청원 전 대표측의 분위기는 냉랭하기 이를 데 없다. 일단 “패자는 말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선 때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암수’를 썼다는 의혹을 지금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의 도움 없이 흔들리는 당의 안정을 꾀하기는 어렵다. 최대표는 27일 강재섭 의원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 동선을 강의원과 맞추면서 구애에 나섰지만 강의원측은 별 반응이 없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체제 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우선 최병렬 사단의 소프트 랜딩이 선결과제다(상자기사 참조). 야당의 주류와 비주류의 자리바꿈인 만큼 당내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매우 중요하다. 최대표는 취임사에서 노대통령의 당적 포기와 정례 영수회담, 새 특검법 수용 등 세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노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초강수였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26일 공개적으로 새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를 밝혔다. 갓 출범한 최대표와 노대통령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최대표는 측근들에게 “노대통령의 국정 농단이 이어질 경우 목숨을 건 단식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악의 경우 내년 총선을 노무현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짓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대표는 이제 혹독한 검증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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