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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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려면 경춘선을 타라

  • 강은옥 dreamloco@hanmail.net

    입력2003-06-12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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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만나려면 경춘선을 타라

    싱그런 여름이 가득한 아침고요수목원 전경(위).경춘선 가로의 풍광은 계절마다 독특한 표정을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3년 전 이맘때, 기관사 시험에 합격한 후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한 구간이 바로 경춘선이었다. 청량리에서 출발해 마석, 대성리, 청평을 지나 춘천까지…. 그리 길지 않은 구간이건만 초보 기관사의 손에는 땀이 흘렀다. 설레임, 흥분, 긴장 그리고 한없이 들뜨게 만들던 자연의 풍광들.

    이번 여행지는 청평으로 잡았다. 서울에서 기차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여행의 즐거움만큼은 절대 부족함이 없다. 꽃과 나무를 원없이 즐길 수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는가 하면 강과 산이 조화로운 청평유원지에서 낭만적인 한때를 보낼 수도 있다. 내친김에 춘천으로 가서 닭갈비에 막국수까지 먹는다면 식도락여행으로도 그만이다.

    기차는 오전 8시35분부터 대략 1시간 간격으로 무궁화호와 통일호가 번갈아 있다. 예약하지 않아도 좌석이 남는 경우가 많아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한다 어쩐다 분주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설사 좌석이 없더라도 길어봐야 1시간, 넉넉한 마음으로 서서 가도 좋은 시간이다.

    경춘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광들은 계절마다 독특한 표정을 갖고 있다. 봄에는 화창한 꽃이 반기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마음마저 푸르게 한다. 가을에는 단풍이 너울거리고 겨울에는 눈 쌓인 산이 있어 마치 ‘눈의 나라’에라도 온 듯하다. 아침이면 안개가 끼는 날도 많아 때로는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경춘선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강과 함께 달린다는 것이다. 마석역을 지난 후 아연터널을 뚫고 나오면 시원하게 펼쳐진 강이 기차여행의 정겨운 동반자가 된다. 기관실이 아닌 일반 객석에서 바라본 강줄기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수목원·유원지 ‘황홀한 풍광’



    1청평역은 1939년에 만들어졌으니 6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역에 내리면 곳곳이 꽃이며 나무들로 아담하게 가꿔져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청평에서는 우선 아침고요수목원부터 찾아보길 권한다. 이곳은 1996년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설립한 곳으로 평일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영화 ‘편지’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극중에서 주인공들이 결혼하는 장면을 찍은 탓인지 곳곳에서 결혼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10만평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초가와 물레방아가 있는 한국정원을 비롯해 침엽수 정원, 분재 정원, 야생화 정원, 아이리스 정원, 한반도 모양을 본떠 만든 하경 정원, 한국정원의 모델을 제시한 정원나라 등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꽃들에서부터 듣도 보도 못한 야생화에 이르기까지 질리도록 꽃의 향취와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이곳의 총 보유 식물은 1760여 가지라고 한다. 계절별로 특화된 전시회도 좋은 볼거리다. 3월에는 난, 4·5월에는 봄꽃과 철쭉, 5·6월에는 야생화와 아이리스, 8월에는 무궁화, 10·11월에는 단풍과 국화가 전시된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여느 자연휴양림과 달리 30여명 이하가 방문할 때는 따로 예약할 필요가 없다.

    개장시간은 하절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수목원 전체를 구경하려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이슬이 채 마르지 않는 오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꿈을 만나려면 경춘선을 타라

    아침고요수목원 내에 세워진 조선시대 전통 한옥. 야생화 정원. 침엽수림 지역.한국식 정원. (맨 위부터 시계반대방향)

    청평역에서 수목원으로 가는 방법에는 역 인근에서 현리행 버스를 타고 수목원 입구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과 아예 처음부터 택시를 타는 방법, 그리고 역 바로 앞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 세 가지가 있다. 수목원이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 걸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 수목원을 방문할 때는 가능하면 주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근에서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좁은 시골길에서 난데없이 교통체증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다시 청평역으로 돌아가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청평유원지에서 느긋한 한때를 보내는 것도 좋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 사실 ‘청평유원지’라는 곳은 없다. ‘청평유원지’는 ‘청평 안전유원지’, ‘청평 산장유원지’, ‘청평 송포유원지’를 통칭하는 일반명사일 뿐 특정 지역을 일컫는 고유명사는 아니다.

    유원지의 성격상 정해진 특정 구역이 없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쉽사리 강과 산이 어우러진 곳곳의 유원지를 찾아낼 수 있다. 청평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청평 안전유원지다. 강을 따라 약 1.5.km에 걸쳐 형성된 청평 안전유원지에서는 배를 타며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요즘에는 인근 민박업소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도 빌려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마음껏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길 수도 있다. 물론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과 분위기 있는 카페도 즐비하다. 특히 시원한 물레방아들이 인상적인 음악 카페에서 연인과 차 한잔 마신다면 낭만적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강 바로 옆에 마련된 좌판에서 매운탕에 소주 한잔 곁들인다면 신선이 따로 없을 정도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짜릿한 취기가 몸과 마음을 두둥실 띄워주기 때문이다. 7, 8월경 청평 인근에서는 가평군에서 주최하는 음악축제와 콩쿠르, 등반대회 등 각종 이벤트가 열려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경춘선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선이기도 하다. 가평, 청평, 대성리 등이 전통적인 MT 장소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대학시절 경춘선을 타고 MT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중에 경춘선 기차를 운행하는 기관사가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무언가를 ‘꿈꾸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결국에는 ‘꿈도 꿔보지 못하던 것’이 끝내 ‘현실’이 되고 만다. 요즘에 확신하는 바지만 간절한 꿈과 상상력은 현실을 창조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이제 필자는 또 다른 꿈을 위해 철도기관사 직을 휴직하고 6월 말 인도로 떠난다. 6개월간의 어학연수를 마친 후 6개월간 인도 전역을 여행할 예정이다. 그때 다시 ‘강은옥의 인도 기차여행기’를 쓰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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