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9

2003.06.19

러시아 미녀들 누가 좀 말려줘

개성 강하고 자유분방 ‘스캔들’ 잇따라 … 미인대회 휩쓰는 만큼 언론 단골 ‘기삿거리’

  • 김기현/ 동아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kimkihy@donga.com

    입력2003-06-11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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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미녀들 누가 좀 말려줘

    동성애와 아동포르노를 연상시킨다는 거센 비난을 받은 러시아 10대 소녀 듀엣 ‘타투’의 뮤직비디오.

    러시아 사람에게 “세계에서 어느 나라 여성이 가장 예쁘냐”고 물으면 “우리 러시아 여성이 최고”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동안 철의 장막 속에 감춰져 있던 러시아 미인들의 매력이 개방 후 점점 드러나면서 연예계는 물론 체육계와 예술 분야에서까지 러시아 미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 미인들은 2002년 옥사나 표도로바(25)가 ‘미스 유니버스’에서, 스베틀라나 코롤레바(20)가 ‘미스 유럽’에서 나란히 1위로 뽑히는 등 각종 미인대회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자존심과 개성이 강하고 자유분방한 러시아 미인들 주위에는 스캔들이 끊일 날이 없다.

    5월14일 미스 유니버스대회 조직위원회(이하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는 올 6월3일 파나마에서 열릴 2003년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었던 2002년 미스 러시아 마리야 스미르노바(22)의 출전 자격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2000년 남성 잡지인 ‘플레이보이’ 러시아어판에 누드 사진을 실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로써 스미르노바를 대신해 준(準)미스 러시아인 얄료샤 본다렌코가 파나마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이 일을 놓고 러시아 여론이 후끈 달아올랐다. 권위 있는 일간지 ‘이즈베스티아’까지 이례적으로 이 사실을 1면에 보도하면서 ‘러시아 미녀 죽이기 음모’가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전 세계 미의 여왕으로 등극했던 표도로바가 사상 처음으로 4개월 만에 왕관을 박탈당한 데 이어 또다시 러시아 미녀가 수모를 당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는 “표도로바가 공식행사에 나오지 않는 등 의무 이행에 불성실하다”며 ‘미스 유니버스’ 타이틀을 회수해 2위를 차지했던 파나마의 저스틴 파섹(23)에게 왕관을 넘겨주었다. 게다가 일부 서방언론은 표도로바의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뉴욕포스트’는 표도로바가 몸무게가 좀 불어 보인다는 이유로 “그녀가 임신했으며 비밀리에 백만장자와 결혼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 보도는 뒤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연예계·체육계 두드러진 활약

    여기에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의 한 관계자가 “표도로바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미인이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버릇없는 ‘암캐’”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러시아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그런데 올해는 스미르노바가 출전 자격을 박탈당하기까지 해 러시아 국민들의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에 대한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미스 러시아 조직위원회의 니콜라이 코스틴 위원장은 “아이스하키와 축구 등 러시아 남자들이 국제대회에서 죽을 쑤는 동안 우리 미녀군단이 각종 국제 미인대회를 휩쓸었는데 이런 스캔들이 계속 생겨 유감”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스미르노바는 “나는 모델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이 당연한데 왜 3년 전의 일을 새삼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러시아 미녀들 누가 좀 말려줘

    최근 이혼녀라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미녀 테니스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

    미스 러시아 출신 중에는 유독 불운한 경우가 많았다. 2000년에는 1996년도 미스 러시아였던 톱모델 알렉산드라 페트로바(당시 20세)가 17세 연상의 사업가 남편(범죄조직 보스)과 함께 자택에서 살해됐다. 페트로바와 함께 미스 러시아 대회에서 입상한 스베틀라나 코토바(당시 20세) 역시 1997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16세 연상의 애인인 전문 킬러 알렉산드르 솔로니크와 함께 살해됐다. 두 사람 모두 어린 나이에 ‘위험한 사랑’에 빠졌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은 것이다.

    미인대회 출신 미녀들만 수난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5월25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유로비전 가요제에서 러시아의 10대 소녀 듀엣 타투가 3위에 입상하는 데 그치자 러시아 관영 채널1 방송이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유럽방송협회가 주관하는 이 가요제 심사가 공정하지 못해 실력대로라면 당연히 1위를 차지했어야 할 타투가 탈락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타투는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공연이 동성애와 아동포르노를 연상시키는 등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 400만장의 앨범을 팔았고 최근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도 유명해진 타투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영국 국영 BBC 방송이 타투의 뮤직비디오 방영을 금지했고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려던 야외공연도 티켓 판매 저조라는 이변으로 취소됐다. 영국 부모들이 결사적으로 자녀들이 이 공연을 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악의적 보도 문화적 오해도 많아

    올해 초에는 ‘테니스 코트의 섹스 심벌’ 안나 쿠르니코바(21)가 알고 보니 유부녀였고 그새 이혼까지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하는 러시아 출신의 슈퍼스타 세르게이 페도로프(33)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가 금세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미녀를 둘러싼 스캔들은 서방언론의 악의적 보도나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오해 때문에 일어난 경우도 많다. 미스 유니버스 왕관을 박탈당한 표도로바의 경우 러시아 국내에서는 행실이 나쁘기는커녕 자신감으로 가득 찬 당찬 여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고 경찰대 대학원에서 민법을 전공하고 있는 표도로바는 화려한 미스 유니버스 생활보다는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했다. 학교 강의를 빼먹으면서까지 ‘미의 여왕’ 활동을 하기는 싫었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어린이 프로그램 ‘잘 자라 아가야’의 사회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솔직하고 꾸밈 없는 이런 모습 때문에 왕관을 뺏겼어도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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