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7

2003.06.05

힘 빠진(?) 양날개 … ‘좌희정 우광재’ 시대 끝나나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05-28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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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빠진(?) 양날개 … ‘좌희정 우광재’ 시대 끝나나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왼쪽)과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을 나눠 가진 인물들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의 개성을 합쳐놓은 사람이 노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안부소장이 섬세한 성격의 원칙주의자라면 이실장은 아이디어가 풍부한 실용주의자다.

    하지만 최근 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역할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 인사는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안희정, 이광재라는 두 눈으로 정치권을 봐왔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 이후 두 사람에게 의존하던 과거 방식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 안부소장이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세상을 보던 ‘좌희정’이라는 눈의 기능이 정지해버렸다. 한쪽 눈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그와 쌍을 이루던 눈도 기능을 잃게 됐다”며 ‘우광재’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이런 상황을 노대통령 주변 386 참모들의 ‘정치력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신주류측 인사는 “안부소장이 처음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영장실질심사도 신청하지 않고 구속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안부소장의 처신을 두고 권력 주변에서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안부소장이 음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부소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받은 정치자금과 관련, 노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검찰 관계자들이나 안부소장 자신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안부소장은 주변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정치자금 ‘성격’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잖아도 예민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하고 다닌다는 눈총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실장도 명성만한 무게를 갖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청와대의 시스템이 자리잡아가면서 노대통령의 참모였던 이실장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현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의 부산 출신 측근인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호철 비서관 등이 여전히 막강 파워를 과시하는 것과 비교해도 이실장의 조용한 행보는 조금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두 사람 간에 형성된 미묘한 갈등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안부소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은 이실장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후문. 청와대 진입에 실패한 노무현 캠프 인사들과 자주 어울리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과연 ‘좌희정 우광재’ 시대는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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