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5

2003.05.22

참외밭에서 신발 끈 고쳐 맨 유인태 수석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5-15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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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외밭에서 신발 끈 고쳐 맨 유인태 수석

    청남대 경비동 앞에 선 유인태 정무수석(앞줄 오른쪽에서 여덟 번째)과 종로구민들. 사진 하단에는 ‘청남대 방문 기념 새천년민주당 종로지구당’ 이라고 적혀 있다.

    ‘이슈 메이커’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또 ‘뉴스’를 제공했다. 서울 종로구민들과 함께 청남대를 방문한 것이 화근이었다. 유수석은 4월15일 종로지구당 민주당원 130여명과 청남대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골프를 쳤다. 유수석의 청남대 관광과 관련한 이슈는 두 가지. 첫째는 특혜 의혹이다. 유수석이 종로구민들과 청남대를 찾은 날은 청남대가 민간에 개방된 4월22일보다 일주일 앞선 시기. 청남대가 민간인에게 개방되기 전 경내 관광을 한 민간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수석’이 아니라면 성역인 청남대가 문호를 개방했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청남대 관광과 관련, 충북도청 산하 청남대 관리사업소에 따르면 개방 후 매일 800명이 찾고 있고 5월 초 현재 7월15일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사전 선거운동’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수석은 2002년 8월 종로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정무수석으로 임명되기 직전인 2월24일, 그는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지구당은 위원장직무대행(김영종)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민주당과 위원장직을 떠난 유수석이지만 그가 종로구민들과 어울려 관광에 나선 것은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 민주당 종로지구당 사무실에는 아직 유수석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김주헌 사무관은 “(사전 선거운동 여부는) 관광의 목적과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봐야 밝혀지겠지만 사전 선거운동 ‘의혹’은 제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본인의 불출마 의지와 관계 없이 종로 출마 경험 등이 차기 출마의 개연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측은 진상을 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수석측은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부정한다. 정무수석실 최광웅 보좌관은 “유수석이 정무수석 발탁 직후 임기를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고 지금도 출마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최보좌관은 이날 관광과 관련, 노대통령이 선거 당시 “‘당선되면 청남대를 구경시켜 달라’는 종로구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좌관은 이날 “관광을 진행시킨 것은 노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유수석이 종로와 연이 있기 때문에 안내를 맡았다는 것.

    “예순이 넘어 자리를 탐내면 노추(老醜)해. 은퇴하면 경비나 서든지 해야지.” 돈도 자리도 욕심이 없다는 유수석(48년생)이 정무수석으로 들어가기 전 한 말이다. 그러나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맨’ 유수석은 당분간 구설에 휘말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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