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5

2003.05.22

저작권 논쟁 속편 ‘동영상 서비스’

한국영상협회, 허가 없이 시스템 제공한 업체들에 법적 대응 방침 … ‘유료 방식’ 운영 쟁점

  • 명승은/ 지디넷코리아 수석기자mse0130@korea.cnet.com

    입력2003-05-14 15:1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저작권 논쟁 속편 ‘동영상 서비스’
    ‘소리바다’가 폐쇄 명령을 받은 이후 음악파일 사이트 상당수가 저작권자의 공세에 무릎을 꿇었다. 전장(戰場)은 이제 동영상 서비스 업체로 옮겨갔다. P2P(Peer-to-Peer File Sharing·일대일 파일 공유)방식으로 동영상 파일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저작권자들로부터 고발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영상협회(이하 영상협회)는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온라인상에서 영상물을 제공한 P2P 사이트 엔유닷컴(www.enyou.com)과 온파일(www.onfile.co.kr)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및 형사고발 등 강경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유닷컴과 온파일은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가 가진 멀티미디어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파일을 내려 받을 때 돈을 내고 구입한 아이템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영상협회의 주장이다. 결국 이 사이트들의 문제는 개인들의 사적 파일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영리를 취했다는 점이다. 영상협회 장윤환 기획부장은 “엔유닷컴과 온파일이 제공하고 있는 시스템(P2P)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이들이 이용자들로부터 매달 수수료를 받고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서비스업체 고발 기각

    엔유닷컴 온파일 이외에도 파일피아닷컴(www.filepia.com) 마이샤피닷컴(www.myshoppy.com) 등이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 업체는 “회원들에게 저작권이 있는 동영상이나 음악을 주고받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고 적발시 해당 아이디를 삭제하는 등의 제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저작권자들이 이들 업체를 걸고 넘어졌을까. 이들보다 훨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 사실 법과 기술, 그리고 문화 사이의 괴리를 설명하는 데 있어 P2P만큼 좋은 예는 없을 것이다. P2P 관련 보도는 소리바다 사건이 불거지면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지만, P2P라도 다 같은 P2P가 아니며 저작권 시비에 휩싸일 P2P는 따로 있다는 점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P2P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P2P 서비스는 인스턴트메신저(IM)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메신저로 파일을 주고받는다고 해서 메신저 서비스 업체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메신저의 경우 파일을 주고받는 당사자가 P2P가 의미하는 것처럼 ‘개인 대 개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신저의 경우는 무차별 배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중앙서버를 통해 접속한 사용자의 파일 목록을 나열해주고 상대방이 일일이 승낙하지 않아도 파일을 퍼올 수 있었던 소리바다는 무차별 배포가 가능한 탓에 문제가 됐다. 이처럼 P2P의 구현방식에 따라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또 소리바다가 음악파일만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면 그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소리바다는 음악파일을 제외한 다른 파일에 대해 내려 받기에 제한을 두었다. 하지만 동영상 파일의 확장자를 MP3 파일의 그것으로 바꾸는 등 사용자들은 지적재산권을 철저히 무시했다. 개인들이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한 P2P는 ‘범죄소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이처럼 P2P가 범죄소굴로 간주되고 있는 가운데 4월25일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윌슨 연방 판사가 음반사와 영화사의 고발로 기소된 파일교환 서비스 업체인 스트림캐스트와 그록스터 소송에서 원고측의 주장을 대부분 기각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P2P 저작권 논란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작권 논쟁 속편 ‘동영상 서비스’

    P2P 방식의 파일교환 사이트들.

    무료 익숙한 네티즌 양지로 끌어내야

    윌슨 판사는 최종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사용자들은 피고들이 배포한 소프트웨어를 합법적인, 또는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그록스터와 스트림캐스트가 가정용 VCR 혹은 비디오 제조업체들과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저작권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에 나섰지만, 이 판결은 한국 P2P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판결이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P2P 서비스 제공업체가 파일교환을 매개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저작권자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도 P2P 구현방식에 따라 법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윌슨 판사는 판결을 내리면서 1984년 최고법원에서 소니의 베타맥스 비디오카세트 리코더(VCR)가 합법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던 예를 상기시켰다. 개인들의 사적 이용에 대해 툴만 제공한 업체를 무리한 법적용으로 옭아맬 수는 없다는 것. 이것은 냅스터가 중앙에 이용자와 파일 목록을 갖고 회원들의 요청에 매번 응대했던 것과 다른 방식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 그록스터와 스트림캐스트는 말 그대로 툴만 제공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파일을 내려 받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P2P 저작권 침해 논란의 핵심은 불법적으로 P2P를 이용하는 사용자들과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저작권자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시범 케이스’를 적발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터넷메신저를 비롯해 P2P를 사용하고 있는 인구는 어림잡아 인터넷 사용자의 80% 선으로 추정된다. 지디넷코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드디스크나 CD로 보관하고 있는 동영상 파일이 100편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27%였다. 또 응답자의 80% 이상이 DivX 동영상을 1편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를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첨단기술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저작권자들이 불법복제를 양지로 끌어내려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료 현실화와 질 높은 콘텐츠 개발로 무료에 익숙한 네티즌을 양지로 끌어내라는 것이다. 저작권자들이 콘텐츠의 소비자이기도 한 수천만명의 네티즌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