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4

2003.05.15

개혁신당 간판 누가 될까

정동영 김근태 이수성씨 거론 … 신주류 중심 정고문에 무게중심 쏠려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5-09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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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신당 간판 누가 될까

    <div align=center>정동영 고문 / 김근태 고문</div>

    민주당이 추진중인 신당의 얼굴은 과연 누가 될까. 신주류가 내놓은 간판의 기준은 아직 모호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피상적인 말이 신주류 주변에서 나온다. 신주류 한 핵심인사는 “벌써 ‘얼굴’을 정하기는 이르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3김시대’ 이후를 노리는 시니어 그룹과 당 중진들의 보이지 않는 암투 속에 신당의 얼굴과 관련한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사람은 정동영 김근태 고문과 이수성 전 국무총리 정도.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정고문이다. 정고문은 4월28일 밤 신당추진결의 모임에 전격 참석하면서 일순간에 신주류의 중심에 섰다.

    정고문은 ‘4·24’ 재·보궐선거 후 노무현 대통령과 비밀리에 만났다고 한다. 정고문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28일 신당 결의도 사실상 노대통령과 의견조율을 거친 수순으로 보인다. 정고문은 결의를 하기 전 원로인 이만섭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며 신당 창당의 배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이의원측은 “똑똑한 친구”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또 김근태 고문과 유인태 정무수석과도 간접 접촉했다. 김원기, 김상현 고문도 빼놓지 않았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 역할을 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 모두를 두루 접촉한 후 칼을 빼든 것이다. 이런 활동을 지켜본 당내 인사들은 “정고문이 뭔가 큰 것을 노리고 총대를 메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고문은 노대통령의 기능과 역할도 제한했다. “노대통령이 신당에 개입하면 노대통령 본인도 좋지 않고 신당의 자발성도 훼손된다”는 설명이다. 당내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의원은 5월2일 오후 경남 창원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라는 요구를 드러낸 것이므로 민주당 리모델링론이나 통합신당론은 폐기돼야 한다”며 개혁신당이라는 창당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북과 장구를 함께 치는 맹활약이다.

    ‘추미애와 권노갑’ 정고문 향한 역풍 될 수도



    신주류 한 의원은 “정고문이 등장하면서 창당 가닥이 잡히고 있다”며 역할에 만족감을 보였다. ‘웨이트’가 보강되면서 신주류 내 중진들과의 대화도 가능해졌다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정고문의 이런 자신감은 노대통령의 신뢰와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막판 정고문을 확실한 ‘차기’로 각인시킨 바 있다. 민주당 한 인사는 “노대통령은 정고문의 ‘상품’가치를 매우 높게 본다”고 말했다.

    지역구(전북 전주)가 문제지만 다음 선거는 ‘지역’이 아닌 세대와 이념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는 게 한 측근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한 일간지에 지역구를 서울로 옮긴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정고문측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정고문을 향한 역풍도 만만찮다. 당장 라이벌 관계인 추미애 의원측은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악연을 맺은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지금도 정고문 이름만 들으면 손을 부르르 떤다고 한다. 권 전 고문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정치적으로 대성하지 못할 것이다”고 저주에 가까운 말을 입에 올렸다. 경우에 따라 직접 나서 정고문 앞길에 지뢰를 떨어뜨리겠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발언도 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동교동계가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좌초한 것은 뒤통수를 친 정고문의 기습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신당 대표 후보로는 김근태 고문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신·구주류를 두루 포용할 수 있다는 점과 개혁당과 한나라당 진보세력도 반대하지 않을 인물이란 그럴듯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 밖에 내년 총선 때 영남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에서 전직 총리인 이수성 새마을운동연합회 회장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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