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4

2003.05.15

뚝심·뒷심 최고 … 연장불패 신화

  • 최원창/ 굿데이신문 종합스포츠부 기자 gerrard@hot.co.kr

    입력2003-05-07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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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이름은 승부사’. 한 샷이라도 실수하면 패하고 마는 박빙의 승부, 선수들은 물론 지켜보는 이들도 손에 땀을 쥐고 긴장하는 그 순간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을 승부사라 부른다.

    ‘골프여왕’ 박세리(26·CJ)는 분명 승부사다. 박세리가 또 한 번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데뷔 이후 통산 20승을 거뒀다. 박세리는 그동안 거둔 20승 중 아홉 번을 역전 우승했다. 특히 네 차례 연장 승부에서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강한 승부근성을 보여줬다.

    박세리는 98년 7월 US오픈에서 20개 홀에 걸친 LPGA 사상 최장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99년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에서는 무려 6명이라는 LPGA 사상 최다 인원이 펼친 연장전에서 배짱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끝내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번 칙필A채리티챔피언십 대회 연장 세 번째 홀에서 골프공이 러프에 빠졌을 때 침착한 칩샷으로 위기를 넘기는 박세리의 모습엔 98년 US오픈 당시 물속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던 투혼이 배어 있었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실을 이용한 특별훈련을 해왔다. 실 훈련은 홀 뒤편 1m, 2m, 3m, 4m 지점에 반원 모양으로 실을 묶어 팽팽히 고정시킨 뒤 거리감을 익히는 훈련이다. 퍼팅 미스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규칙적으로 원을 이루고 있는 실을 통해 거리감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다. 온 그린이 안 된 경우엔 홀컵으로부터 3m, 4m 떨어진 실이 거리를 지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1년 말 새 캐디인 콜린 칸을 만난 이후부터 이 훈련을 해온 박세리는 실 훈련을 통해 퍼팅에 세밀함을 더할 수 있었다. 박세리가 이번 대회에서 줄줄이 버디로 마무리하며 역전 우승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특별훈련도 한몫했다. 이렇다 보니 LPGA 선수들 사이에서는 “박세리가 퍼팅이 되는 날엔 누구도 우승을 넘볼 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다승(2승) 선두에 나섰다. 또한 총 상금 51만1538달러를 챙겨 상금 순위에서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50만681달러)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20승 고지를 넘어선 박세리의 영예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박세리는 43승의 아니카 소렌스탐과 28승의 캐리 웹(호주)에 이어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와 함께 현역선수로는 다승 부문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1포인트를 추가한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27포인트에 3포인트 차로 바짝 다가섰다. 최근 2년간 각각 5승씩 거둬온 상승세라면 올 시즌 내 27포인트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특히 박세리는 이 여세를 몰아 ‘라이벌’ 아니카 소렌스탐에게 번번이 빼앗겼던 다승왕에 오르며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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