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8

2003.01.16

대선 일등공신, 黨개혁도 성공할까

  • 정용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ongari@donga.com

    입력2003-01-10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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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2월27일 밤,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은 경인방송(iTV) 시사프로그램 ‘봉두완 진단 2002’에 출연한 뒤 방송국을 나서면서 같은 당 문희상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통보’했다.

    “당 개혁특위 위원장을 내가 맡겠소.”

    문최고위원은 곧바로 한화갑 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에 개혁특위 인선을 사실상 위임했던 한대표는 “알았다”는 반응만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고문이 특위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로부터 이틀 후인 29일 오전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을 통해 김고문의 특위 위원장 내정 사실이 공개되자 당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김고문은 이른바 당내 ‘신주류’의 좌장이자 노당선자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불려왔던 거물. 실제 그는 노당선자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정대철 최고위원과 함께 노당선자의 ‘특등’ 공신으로 꼽힌다.



    盧心 등에 업은 신주류 좌장 … 시일은 짧고 장애물은 많아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참여경선이 한창 불붙기 시작하던 2002년 3월20일 그의 최고위원 경선 출마 포기 및 노후보 지지 선언은 대세의 물길이 바뀌고 있음을 당 안팎에 천명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후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 참패로 노후보의 지위가 광야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급기야 비노(非盧)-반노(反盧)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분당 위기가 초래됐을 때 노후보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김고문이 특위 위원장을 맡자 당 안팎에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왔는데, ‘신주류’측이 차기 당권을 놓고 김고문과 정대철 최고위원이 다투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교통정리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김고문은 “당권 도전 의사가 없느냐”는 물음에 “자리에 대한 생각은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 시대의 성공이며,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이 급선무”라고 하면서도 “당권과 개혁특위를 맡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위원장 체제는 노당선자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위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민주당의 지도부를 바꾸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내 세력분포를 보면 신주류 또는 개혁파가 여전히 소수이기 때문에 지도부 교체가 그리 쉬운 형편이 아니다. 따라서 노당선자로선 자신의 정당개혁 의지를 ‘잡음 없이’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김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위원장 체제의 전도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당권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도체제 및 지도부 선출 방식을 놓고 벌써부터 각 세력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주류측은 “현행 집단지도체제가 계파간 나눠 먹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뽑고 최고위원 숫자도 현재의 11명에서 7명 정도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에 구주류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주류 ‘무력화’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구심에서다. 개혁 강경파 의원들은 아예 대표직을 폐지하고 수십명의 집행위원회를 구성하자는 파격적인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또 종전처럼 대의원이 지도부를 뽑도록 할지, 아니면 유권자의 범위를 넓혀 당원 참여 또는 국민참여 방식으로 할지, 40여개에 달하는 사고 지구당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등을 놓고도 당권 주자들의 득실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당 축소 및 원내중심 정책정당화, 상향식 공천, 진성(眞性) 당원 확대, 제왕적 지구당위원장 폐해 극복, 회계투명화, 전자정당 추진 등도 말로는 쉽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큰 난제들이다.

    김위원장의 별명은 잘 알려진 대로 ‘지둘러(기다려)’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 노당선자의 취임(2003년 2월25일) 전 전당대회를 열어 신당 창당에 버금가는 새로운 정당의 모습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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