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8

2003.01.16

현대판 바벨탑 … ‘돌리’에서 ‘이브’까지

클로네이드사 복제인간 탄생 발표로 전 세계 충격 … 생명윤리 파괴 비난 속 진위 논쟁 가열

  • 김홍재/ 동아사이언스 기자 ecos@donga.com

    입력2003-01-09 14:3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상 첫 복제인간의 탄생 소식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02년 12월27일 클로네이드의 대표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는 최초의 클론인간인 여자아이가 12월26일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복제아기의 이름은 성서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이름에서 따와 ‘이브’라 지어졌고 현재 집으로 옮겨졌다 한다.

    복제인간 탄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한 클로네이드는 외계인이 인류의 기원이라고 믿는 종교단체인 ‘라엘리언 무브먼트’가 인간복제를 추진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다. 전직 언론인 라엘을 중심으로 5만5000여명의 신도가 참여하고 있는 이 단체는 “비행접시를 타고 지구에 온 외계인이 복제를 통해 인류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인간복제를 추진하는 것이 외계인의 메시지며, 이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3년 1월4일 현재까지 복제인간이 실제 탄생했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로네이드가 이브에 대한 어떠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복제인간임을 증명하는 DNA 검사를 바로 실시할 것이라 발표했으나 이를 담당할 과학자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또 부아셀리에 박사는 종전의 발언을 모두 번복하며 부모의 의견에 따라 DNA 검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제인간 증거 제시 차일피일 미뤄



    사실 부아셀리에 박사는 2001년에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겠다고 발표했었으나 예정된 기한내에 복제인간은 탄생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복제인간 탄생이 사상 첫 인간복제 성공을 발표했다가 허위로 밝혀진 1978년의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종합해보면 복제인간의 등장은 결국 현실화될 전망이다. 클로네이드가 아니더라도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가 2003년 1월 중 복제인간인 남자아이의 탄생을 공언하고 있다. 안티노리 박사는 1994년 인공수정으로 63세 여성의 출산을 성공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인공수정 전문의다. 그는 복제아기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날 것이라는 등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고 있다.

    생명복제 전문가들 역시 생명과학기술의 발전 상황으로 볼 때 인간복제는 그리 까다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복제인간을 만들 충분한 능력이 있는 우수한 과학자들이 여럿 있지만 기형아 탄생 등의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것.

    복제인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생명과학기술은 체세포복제술이란 방법이다. 체세포복제술의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 대신 체세포와 핵을 제거한 난자를 전기 화학적 방법으로 융합해 수정란을 만드는 것이다. 난자는 영양분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터 역할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유전정보는 체세포 제공자와 일치하게 된다. 이러한 수정란은 대리모에게 이식된 이후 정상적인 임신 과정을 거쳐 복제된 개체가 태어난다.

    1996년 최초의 복제동물인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후 체세포복제술은 생명공학의 핵심 분야가 됐다. 이 방법으로 98년 일본에서 복제소가, 미국에서 복제쥐가 태어났다. 99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복제염소가 태어났고 2000년에는 영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복제돼지가 탄생했다. 2002년에는 미국에서 복제고양이가, 프랑스에서는 복제토끼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이 99년 복제젖소 영롱이와 복제한우 진이를 잇따라 탄생시켰다. 2001년에는 생명공학 벤처 마크로젠이 미국에서 복제쥐를 탄생시켰고 2002년에는 경상대 축산과학부 김진회 교수팀이 복제돼지를 선보였다. 우리나라는 복제 선진국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물 복제에 관한 연구는 우수한 가축을 만들거나 유용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 유효하기 때문에 인류의 식량과 질병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종교적 윤리적 측면을 배제하더라도 과학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복제는 우선 성공률이 낮고 유산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그레이엄 불필드 소장은 복제아기 한 명을 탄생시키는 데 400개 이상의 난자와 50명 이상의 대리모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실패율이 높은 체세포복제술 실험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유산되지 않고 무사히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복제된 개체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다. 급성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며 수일 내에 사망하는 ‘급사 증후군’, 정상 체중의 2배 이상으로 몸무게가 불어났다가 얼마 살지 못하는 ‘거대 체중증후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건 팔다리, 간, 심장, 폐, 생식기 등에 기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현재 과학자들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체세포복제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불완전한 기술이란 의미다. 복제를 추진한 과학자가 아기를 안고 나와 최초의 복제인간이라고 발표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그 아기가 복제를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6번째 날’에서처럼 복제인간은 어떤 신체적 특징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복제 기술 이미 현실화 … 기형아 우려 높아

    황우석 교수와 김진회 교수는 복제된 개체는 일반 개체와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복제인간에게 인위적으로 표식을 넣지 않는 한 외형으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생리현상이나 유전정보인 DNA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복제를 통해 태어났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복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복제된 개체와 원본을 이용해 서로 똑같은지 분석해야 한다. 흔히 친자를 확인할 때 사용되는 ‘DNA 프로파일링’이 그것이다. DNA는 생명체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정보를 간직한 세포 내 물질인데,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은 바로 DNA를 물려받기 때문이다. 복제된 개체의 경우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DNA가 원본인 개체와 완전히 일치한다. 따라서 머리카락이나 혈액에서 DNA를 뽑아낸 후 전기영동기라는 기계에 넣으면 동일한 DNA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황우석 교수는 “복제된 개체의 정상 여부는 태어난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면서 복제아기가 기형일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또 “태어난 개체가 다행히 정상이라 해도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에 밝히지 않은 잘못된 복제아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