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7

2003.01.09

와! 별의별 ‘별’이 다 떴네

황사와 습기 없는 겨울이 별구경 제철 … 오리온 비롯 소문난 별자리 하늘에 빽빽

  • 이충환 / 과학동아 기자 cosmos@donga.com 협찬 / 삼성

    입력2003-01-02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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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별의별 ‘별’이 다 떴네

    겨울 밤하늘의 별자리들. 겨울 별자리 중에는 시리우스 오리온자리 등 유난히 밝은 별들이 많다.

    찬바람이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화려한 밤하늘로 유명하다. 겨울 밤하늘의 아름다움은 눈이 시린 가을 하늘을 능가할 정도다. 봄철의 황사 같은 먼지나 여름철 장마 때의 습기처럼 별빛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고, 다른 계절에 비해 별이 많기 때문이다.

    자, 그럼 눈부신 보석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겨울 밤하늘로 별자리여행을 떠나보자.

    겨울철 별자리의 대표는 뭐니 뭐니 해도 오리온자리다. 별자리 가운데 오리온자리만큼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별자리는 없다. 별자리의 왕자라고 할까. 예로부터 어느 나라에서건 오리온자리를 보고 거인이나 용감한 사냥꾼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전갈자리’ 뜨면 ‘오리온자리’ 지고

    그리스 신화에서 오리온은 후리후리하고 힘이 센 미남 사냥꾼으로 그려진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오리온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오빠인 아폴론의 계략으로 죽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리온자리는 달이 밝은 밤에도 잘 보인다. 신화 속에서 사랑을 나눴던 오리온과 아르테미스처럼 말이다.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사냥꾼 오리온이 독을 품은 전갈에 물려서 죽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실제로 전갈자리가 뜨면 오리온자리는 도망치듯 사라지고, 전갈자리가 지면 그제서야 밤하늘에 모습을 드러낸다.

    밤하늘에서 오리온자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쪽하늘에서 밝은 별 세 개가 나란히 있는 모습을 찾으면 된다. 유난히 돋보이는 이 세 별이 바로 ‘삼태성(三太星)’으로 사냥꾼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삼태성을 감싸는 커다란 사각형이 그려지는데, 이것이 오리온의 몸통과 하반신이다. 사각형 왼쪽 위의 별은 베텔게우스, 오른쪽 아래의 별은 리겔이라 불린다. 모두 1등성으로 매우 밝은 별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자리 가운데 1등성이 둘이나 포함된 별자리는 오리온자리뿐이다.

    또한 삼태성 아래를 잘 살펴보면 육안으로도 어렴풋이 구름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오리온대성운이다. 우주공간의 가스와 먼지가 모인 성운으로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바라보면, 날개를 쫙 펼치고 나는 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와! 별의별 ‘별’이 다 떴네

    가스와 먼지가 모인 성운으로 날개를 펴고 나는 새처럼 보이는 오리온대성운.

    이제 오리온을 길잡이 삼아 겨울철 별자리를 살펴보자. 먼저 오리온의 삼태성에서 오른쪽 위를 보면 황소자리의 1등성 알데바란을 만날 수 있다. 오렌지색 빛을 발하는 알데바란은 주위 별과 함께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황소의 뿔이다. 신화에 따르면 이 황소는 최고의 신인 제우스가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페니키아 공주 에우로페를 유혹하기 위해 변신한 소라고 한다. 그러나 황소자리는 황소 전체의 모습이 아니라 황소의 머리와 앞다리, 어깨 정도까지 그려진다.

    황소의 어깨를 유심히 보면 오밀조밀하게 모인 깜찍한 별무리가 맨눈에도 보인다. 바로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거인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공주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여섯 개의 별만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이라고 불려왔다.

    오리온의 삼태성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매우 밝은 별 하나가 눈에 띈다.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로 온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8.7광년이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태양보다 23배나 더 밝은 빛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리우스라는 말의 뜻도 ‘눈이 부시게 빛난다’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하늘의 늑대’라는 뜻인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불렸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 별을 ‘나일강의 별’로 숭배했다. 시리우스가 해 뜨기 전에 떠오를 때면 언제나 나일강에 홍수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는 시리우스가 7월과 8월 더운 기간의 대낮에 보인다. 그리스인들은 이때를 ‘개의 날’이라고 불렀다. 햇빛과 시리우스의 별빛이 함께 내리쬐는 탓에 더 더워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리우스는 큰개자리에서 개의 코 부분에 해당한다. 큰개자리의 주인공은 사냥꾼 오리온이 데리고 다녔다는 개라고 한다.

    우애 각별했던 ‘쌍둥이’ 별이 되다

    사냥꾼 오리온이 데리고 다녔던 사냥개는 한 마리가 더 있다. 작은개자리의 주인공이다. 작은개자리를 찾으려면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함께 큰 삼각형이 그려지는 곳을 살펴보면 된다. 이곳에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보이고, 바로 곁에 별 하나가 있다. 작은개자리는 별 두 개로 이루어진 단출한 별자리다.

    오리온자리의 리겔에서 베텔게우스 방향으로 가상의 선을 쭉 이어보면 밝은 별 한 쌍이 사이좋게 빛나고 있는 광경을 발견하게 된다. 별자리 이름도 쌍둥이자리다. 위쪽이 형인 카스토르이고 아래가 동생인 폴룩스다. 두 별이 각각 머리가 되고 나무막대처럼 생긴 몸이 어깨동무를 한 채 오리온자리 쪽으로 뻗어 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주의 깊게 보면 폴룩스가 더 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쌍둥이 가운데서도 동생 폴룩스가 불사신의 몸을 갖고 있었다고 하니 우연의 일치는 아닌가 보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제우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강한 힘과 용기를 지닌 당대 최고의 용사였던 이들 형제는 어느 결투에서 다른 이들과 싸우게 됐다. 그런데 형 카스토르만 죽고 말았다. 불사신이었던 폴룩스는 형의 죽음을 슬퍼하며 아버지 제우스에게 찾아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쌍둥이 형제의 우애에 감동해 하늘에 나란히 밝은 두 별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겨울철 추위를 녹일 정도로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다.

    끝으로 겨울 밤하늘에 커다랗게 그려지는 다이아몬드를 찾아보자.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오리온자리의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쌍둥이자리의 폴룩스, 그리고 또 하나의 1등성을 이으면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그려진다.

    나머지 하나의 1등성이 바로 마차부자리의 카펠라다. 겨울 저녁 해 지고 어두워지면 북동쪽 지평선 위로 밝은 별 하나가 떠오르는데, 이 별이 다름 아닌 카펠라다. 카펠라는 겨울철 다이아몬드를 이루는 1등성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올라 겨울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 이제 겨울 밤하늘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보자. 추위를 이긴 만큼 겨울 밤하늘은 아름다운 보석과 그 속에 담겨진 애틋한 이야기로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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