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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아이들 “배움의 갈증 목말라요”

‘在韓 몽골학교’ 시설·교재·교사 부족 ‘三重苦’ … 한 달 2만원 수업료 없어 자퇴 사례도

몽골 아이들 “배움의 갈증 목말라요”

몽골 아이들 “배움의 갈증 목말라요”

우리나라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몽골학교 어린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서울 광진구 광장동 재한 몽골학교 전경.(아래)

”따라 하세요. 가갸거겨….”

“가갸거겨….”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소리 높여 한글을 따라 읽는다. 12월13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재한 몽골학교(교장 유해근) 1층의 한국어 수업 풍경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교실. 칸막이조차 없는 공간이지만 여덟 살 남짓한 꼬마부터 12, 13세의 제법 큰 아이들까지 함께 모인 교실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재한 몽골학교는 한국에 사는 몽골인들을 위한 교육 공간. 학생의 대부분은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없는 몽골인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이다.

1999년 12월 학생 8명으로 출발한 이 학교를 거쳐간 학생들은 지난 3년간 모두 170여명. 지금은 몽골 어린이 35명이 반을 나누어 한국어 수학 컴퓨터 몽골어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우고 있다.

아직 정식 외국인학교로 인가받지 못해 학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몽골인 노동자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임금이 좀 적더라도 학교 근처 직장을 다닌다”고 말할 정도로 이 학교를 좋아한다.

학력 인정 안 돼도 학생들 몰려

몽골인은 세계에서 한민족과 가장 닮은 민족 중 하나. 외모뿐 아니라 민족성도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특히 몽골인들의 ‘끈끈한 가족애’와 ‘높은 교육열’은 한민족에 버금간다. 이들은 불법 이주를 하는 경우에조차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고, 가난한 형편이라도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달리 몽골인들에게 특히 자녀 학교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 때문이다.

몽골학교 교사 정혜승씨는 “출입국관리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몽골인 노동자는 1만7000명에 이른다”며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단독으로 입국하지만 몽골인들 중에서는 5000쌍 가량이 부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1명씩만 자녀를 두고 있다 해도 우리나라에는 최소 5000명 이상의 몽골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현행 교육법은 외국인의 자녀라도 출입국 사실 증명서나 거류 신고증만 있으면 한국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불법 체류 외국인들의 경우 이 서류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신히 학교에 들어간다 해도 한국 아이들의 텃세와 따돌림 탓에 버텨내기 힘들다.

현재 몽골학교에서 몽골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오트곤투야 씨도 자녀가 한국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정식 비자를 갖고 있지만 그도 98년 처음 입국했을 때는 관광비자로 입국한 불법체류 노동자였다. 당시 초등학생 딸 우롱고가 학교에서 심하게 ‘왕따’를 당한 것.

“우롱고의 일기에는 남자아이들이 둘러싸고 ‘가난한 몽골 ×××!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욕을 했다는 얘기나,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려 다쳤다는 내용 등이 잔뜩 써 있었어요.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나는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싸우면 안 된다’ ‘내가 참아야 한다’라고 써놓은 아이의 일기를 보니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오트곤투야 씨는 이처럼 한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몽골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몽골학교 개교 초기부터 교사로 활동해온 정혜승씨는 아예 “일반 학교에 다니는 몽골 어린이 중 왕따를 당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단정지을 정도다. 그는 “참고 견뎌내 반장까지 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황하다가 학교를 그만둔다”고 설명했다. 몽골인들에게 이 학교가 소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것이 부족한 상황. 학교 시설이나 교재, 교사 수급 상황 등 모든 부분에서 ‘학교’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이 학교 한금섭 교감은 “우리 학교에 상근 교사는 저를 포함해서 두 명뿐”이라며 “거의 모든 수업을 무급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하기 때문에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대부분 대학생인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에 1~2시간 정도씩만 수업을 맡다 보니 국어 한 과목의 교사만 5명에 이를 정도라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매일 선생님이 바뀌고 진도가 바뀌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몽골 어린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교재나 제대로 된 수업 공간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정규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상급학교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점. 한교감은 “몽골인들은 공장에 다니며 모은 돈으로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데 우리 학교를 졸업하면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몽골 아이들 “배움의 갈증 목말라요”

일반 학교를 갈 수 없는 몽골 어린이들은 몽골학교에서 한국어, 미술, 컴퓨터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몽골학교는 몽골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도입하고, 몽골어와 역사 등의 경우 본국의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몽골, 한국 양국 모두 정식 학교 인가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만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 학생들이 수업료 부담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는 한 달 2만원. 몽골 노동자들의 현실에서 매달 이 액수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오르곤투야 씨는 “몽골인 노동자가 공장에서 받는 한 달 수입은 보통 80만~90만원인데 고향에는 이 돈을 기다리는 친척들이 수십명 있다”며 “매달 일정액을 부치고 방값, 생활비 등을 쓰고 나면 이 수업료조차 내기 힘든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에도 열여섯 살 온도람이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취업했다. 방 한 개에 다섯 식구가 모여 사는 형편에서 계속 공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몽골학교에서는 자원봉사자와 후원금 등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한교감은 “가정주부나 퇴임한 교사들이 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해준다면 공부에 목마른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정 기간 이상 꾸준하고 책임감 있게 수업을 책임질 이들의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 달에 2만원씩 특정 어린이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격려해줄 수 있는 후원자도 찾고 있다. 개인에게는 크지 않은 액수지만 몽골 어린이와 노동자들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는 소중한 후원이 된다는 것.

이제 몽골학교의 목표는 정식 외국인학교로 인가받아 아이들에게 정규 교육을 받게 해주는 것. 그리고 후원자가 늘어난다면 졸업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시켜주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몽골인 노동자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 이런 교육기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보세요. 우리 아이들과 똑같이 생겼잖아요. 이 아이들도 친구가 필요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평범한 어린이들입니다. 몽골 노동자의 자녀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교감의 당부다.

주간동아 2002.12.26 365호 (p66~67)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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