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5

2002.12.26

이럴 수가 “금호 현악4중주단마저…”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2-12-18 09: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럴 수가  “금호 현악4중주단마저…”

    독일 라인가우 음악 축제에 출연한 금호 현악4중주단.

    금호 현악4중주단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들은 음악 관계자들의 첫 반응은 ‘그럴 수가!’였다. 7월 독일에서 열린 라인가우 음악제에 동행했던 한 기자는 “당시 금호 현악4중주단의 연주 수준은 현지 언론에서 호평을 받을 정도였다”며 그 당시만 해도 전혀 해단의 기미는 없었다고 말했다.

    금호문화재단측이 내놓은 해단의 표면적 이유는 잦은 단원 교체. 93년부터 제1바이올린으로 활동한 리더 김의명씨를 제외한 전 단원이 두 번씩 바뀌었을 정도로 단원들의 교체가 잦았다. 금호문화재단의 정혜자 상무는 “앙상블 주자를 홀대하는 우리 음악계 전체의 풍토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음악계를 계속 후원할 것이다. 금호그룹의 재정난으로 금호의 문화예술계 지원이 줄어든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명예회장은 잦은 단원 교체에 대해 최근 부쩍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올 들어서는 “다시 멤버가 바뀌면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단원들에게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단순히 단원 교체만이 해단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한 단원은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세계적 수준에 이르지도 못하고 전 단원의 소송 등 골치 아픈 일까지 있었다. 박 명예회장 입장에서 회의가 들기도 했을 것이다. 더구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 명예회장의 입장에서 무한정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단원들의 변신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음악기획자는 “금호 현악4중주단이 한해 20회에 이르는 연주회를 연 것은 사실이지만 각 연주회마다 별다른 특징이 없어 언론의 주목을 받는 기회도 점점 줄어들었다. 보다 개성 있는 연주회로 청중과 언론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노력이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작 음악계가 우려하는 것은 금호 현악4중주단의 해체가 금호의 문화계 지원 축소 신호탄이 아니냐는 것. 과거의 대우그룹 역시 아낌없는 지원으로 대우합창단을 키우다가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해산해버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