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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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년 유골 감식 ‘감정 싸움’ 가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2-18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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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 소년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감식을 맡은 대학 법의학팀과 경찰 사이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경찰.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지 3개월이 가까워오지만 범인 검거의 단서조차 찾지 못한 경찰은 경북대 법의학팀(팀장 채종민 교수)의 유골 감식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불만의 초점은 “감식 결과 타살이라면 범행도구 등 살해 방법이라도 밝혀져야 하는데 단서가 될 만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것.

    9월26일 유골 발견 이후 한 달 보름 만에 이루어진 최종 정밀감식 결과 발표(11월12일)를 통해 법의학팀은 개구리 소년의 사인을 ‘예리한 흉기에 의한 타살’로 결론지었다. 법의학팀 채교수는 당시 “5명의 유골 중 우철원군의 두개골 등 3구의 두개골에서 함몰 흔적과 끝이 날카로운 흉기에 찍힌 것으로 보이는 자국 등이 10여 군데 발견됐다”면서 “두개골상의 함몰 흔적 등에 대해 국내외 법의학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고 밝혔다.

    초동수사 과정에서 ‘저체온증에 의한 자연사’로 밀어붙이다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산 경찰은 타살 발표 이후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법의학팀의 감식 결과는 타살이라는 것만 밝혔을 뿐 범행도구조차 밝혀내지 못한 것.

    감식 결과 발표 이후 조직검사 등 추후 정밀감식을 계속해 나가던 법의학팀과 경찰이 정면충돌을 한 것은 경찰이 12월9일 검사의 지휘를 받아 소년들의 유골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로 인도할 것을 요구하면서부터.



    법의학팀은 당장 발끈하고 나섰다. “법의학자를 제쳐두고 국과수에 두개골 감정을 의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현재 진행중인 두개골 본뜨기 작업과 조직검사가 끝날 때까지는 두개골을 넘겨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법의학팀)

    이에 대한 경찰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국과수로의 유골 인도 요구는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행한 적법한 절차이며, 범행도구를 밝히는 등 물리력 분석 분야는 국과수가 법의학자들보다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대구지방경찰청 조두원 수사과장)

    이런 법의학팀과 경찰 간의 신경전은 법의학팀이 타살 흔적이 집중된 우철원의 유골 한 구만을 국과수에 넘기기로 하면서 일단 진정됐다. 하지만 법의학팀 채교수는 “아직도 감식이 계속되고 있는데 유골을 넘겨달라는 경찰의 요구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워낙 감식이 급해 사건현장과 가까운 법의학팀에 감식을 의뢰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기존 관행대로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과수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사건 수사를 민간 수사연구소에 의뢰하고 경찰은 법의학자들을 불신해 경찰 내부 기관에서 재감식을 벌이는 해프닝 속에서, 과연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질 것인가. 누가 더 큰 공을 세울지는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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