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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잡아도 잡아도 끝없는 불법 스포츠 도박

해외 서버로 단속 어렵고…솜방망이 처벌에 죄의식 없어

잡아도 잡아도 끝없는 불법 스포츠 도박

잡아도 잡아도 끝없는 불법 스포츠 도박

[shutterstock]

볼넷 한 번에 1000만 원.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23)이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로부터 받은 돈이다. 2012년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가로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로부터 받은 돈이 100만~200만 원 남짓이었음을 생각하면 ‘승부조작 가담료’는 4년 만에 거의 5~10배가 올랐다. 브로커가 선수들에게 흔드는 유혹의 과실이 커진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불법 도박 실태연구’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인터넷 사이트는 2012년에 비해 4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경찰 단속에도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정부 공인 ‘스포츠토토’나 ‘프로토’에 비해 베팅 방식이 쉽고 간편하다. 따라서 이용자는 부담 없이 간단한 내기 형식으로 불법 도박을 시작한다. 시작은 쉽지만 도박에서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다. 불법 스포츠 도박이 범죄라는 자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인 게임과 달리 본인인증 절차가 없어 청소년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도박에 뛰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도박 중독이 청소년에게까지 번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 자체가 어려운 데다 검찰과 경찰 등 각 사정기관이 이용자를 검거해도 처벌이 경미한 데 원인이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 도박 사이트 이용자도 징역 5년 이하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초범이거나 액수가 적으면 대부분 기소유예 혹은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처럼 경미한 처벌 탓에 불법 스포츠 도박이 범죄라는 자각 자체가 없고, 처벌을 받고 얼마 후 다시 불법 도박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스포츠는 몰라도 도박은 한다

“한정판 운동화를 살 돈이 필요했어요.”

김모(18) 군은 이렇게 불법 스포츠 도박을 시작했다. 김군은 “30만 원짜리 운동화를 사고 싶었는데 가진 돈이 10만 원뿐이었다. 한정판이라 판매 기간이 정해져 있어 용돈을 모은다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친구가 장난처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초심자의 운이었는지 첫 도박은 성공적이었다. 김군은 “승패를 맞히는 게임을 주로 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인터넷에 올라 있는 승률을 따라 돈을 걸었는데 도박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35만 원을 손에 쥐었다”고 말했다.

첫 주에 승승장구한 김군은 앞으로도 행운이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다. 김군은 “운동화를 사고 남은 5만 원을 다시 도박 사이트 사이버머니로 환전했다. 처음에 쉽게 돈을 따서 잃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다시 판돈으로 건 5만 원은 2주째 본전 언저리를 오갔다. 답답해진 김군은 5만 원을 전부 한 타자의 안타에 걸었고, 한순간 그 돈을 전부 잃었다. 여기서 손을 뗐어야 했지만 김군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다시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또 순식간에 돈을 잃었다. 결국 학원비까지 손을 댔다 부모에게 덜미를 잡혔다. 김군은 “그래도 나는 부모에게 일찍 발각돼 운이 좋은 거였다”며 “지금도 도박 빚 때문에 돈을 빌리는 친구들을 보면 일찍 손을 털고 나온 게 잘했지 싶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인 김군이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진입 장벽은 낮다. 본인인증 절차 없이 가입 가능해 김군 같은 미성년자도 언제든 접속할 수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4년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행산업 이용 실태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도박 중독자는 약 207만 명에 달한다. 이 추산에 제외된 미성년자까지 합하면 불법 스포츠 도박 중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청소년의 불법 도박과 관련한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또 다른 매력은 합법적인 스포츠 도박(프로토, 스포츠토토)에 비해 게임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모(29) 씨는 스포츠에는 거의 문외한이지만 한때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졌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승패뿐 아니라 타자의 안타나 투수의 볼넷에도 베팅할 수 있어 더 짜릿했다. 이씨는 “승패에 베팅할 경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안타나 볼넷은 2~3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 짧은 시간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불법 스포츠 도박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내기하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승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장은 “단순 승패에만 베팅하는 스포츠토토와 달리 불법 스포츠 도박은 특정 타자의 안타, 1회 볼넷 및 실점 등 베팅 방법이 세분화돼 있다. 이 때문에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강력 처벌해야

잡아도 잡아도 끝없는 불법 스포츠 도박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 이태양은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로부터 1000만 원 이상 대가를 받고 볼넷을 주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미성년자까지 무분별하게 도박에 빠지자 경찰이 나섰다. 2015년 11월 2일 경찰은 불법 스포츠 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중 단속에 나선 것. 경찰 발표에 따르면 2012년에 비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 검거 건수는 4.4배, 사이트 단속 건수는 3.7배 증가했다.

하지만 집중 단속에 두더지처럼 숨어들었던 불법 도박 사이트는 다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도박 사이트 수는 2012년에 비해 4배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중독성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의 몸집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불법 스포츠 도박 규모는 약 21조8000억 원(2012년엔 약 7조6000억 원). 전체 불법 도박 규모인 83조7000억 원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경찰이 전쟁을 선포해도 불법 도박 사이트가 줄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뿌리를 완전히 뽑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의 한 관계자는 수사와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사건은 수사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이트가 대부분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해당 국가에 수사 공조 요청을 해야 하고, 도박 자금은 일반 계좌 대신 대포통장으로 돌기 때문에 덜미를 잡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늘어나고 사이트 주소도 자주 바꿔 수사가 더욱 어려워졌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불법 스포츠 도박 범죄는 480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67.6% 증가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증가세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이 심각한 범죄라는 자각이 없는 점도 한몫한다. 이씨는 “도박하는 친구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큰 소리로 떠들 만큼 범죄라기보다 ‘가벼운 일탈’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법 도박 사이트 이용이 범법행위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주변에서 실형을 받았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이용은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상 벌금을 내야 하는 중범죄다. 그러나 재판을 거쳐 실제 내려지는 처벌은 이보다 훨씬 경미하다.

대학생 정모(23) 씨는 지난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초범에다 입출금액이 100만 원 정도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규동 법률사무소 오션 변호사는 “입출금액이 적으면 보통 적은 금액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실형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입출금액이 1000만 원 미만의 초범일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직도 주변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취미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법령과 달리 실제 형량이 크지 않아 범죄라는 자각이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토토와 프로토 등 공인 게임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한 관계자는 “처벌이 가볍고 기대수익이 크다 보니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이용자의 재범률이 크다. 처벌규정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인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불법 스포츠 도박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한 관계자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처벌이 비교적 강하지만 이용자는 대부분 단순 불법 도박으로 처리된다. 형량이 낮으니 범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경미한 처벌을 받고 다시 검거된 사람들을 보면 단속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했다. 

잡아도 잡아도 끝없는 불법 스포츠 도박

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승패 여부뿐 아니라 자유투 성공, 점수의 홀짝 등에도 베팅이 가능하다.[뉴시스]


스포츠 도박 찍고 일반 불법 도박 사이트로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인터넷 사이트들이 최근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진출한 시장은 일반 도박 시장. 각 사이트가 기존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도박과 함께 간단한 룰의 사행성 게임을 추가해 운영하고 있는 것. 이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사다리 게임’이다. 사다리 게임은 홀수-짝수의 단순한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거는 시스템이다. 이 밖에도 경마와 비슷한 방식의 ‘달팽이 레이싱 게임’이 있다.

별것 없어 보이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이용자의 만족도는 높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했던 장모(25) 씨는 “스포츠 도박은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사다리 게임’이나 ‘달팽이 레이싱 게임’은 언제나 열려 있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스포츠 도박으로 잃은 돈을 회복하려고 시작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 돈을 잃는다. 일부는 흥미를 붙여 스포츠 도박 대신 이들 게임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16-07-29 17:09:41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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