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5

2002.10.17

어차피 한 번은 넘어야 할 산

최명훈 8단(백) : 이세돌 3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2-10-14 1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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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한 번은 넘어야 할 산
    지난해였던가? 이세돌 3단이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을 한창 괴롭힐 때 최명훈 8단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이세돌이 정말 세긴 센가?” 이에 최 8단은 이렇게 답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직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창호도 쩔쩔매는 걸 보면 많이 세졌나보죠.” 이 말 속에는 ‘난 아직 세돌이가 별로던데…’ 하는 최 8단의 자신감이 은연중 배어 있다. 실제로도 최 8단은 이세돌 3단에게 최근까지 전적 6승3패로 앞서 있기도 하다.

    그러나 1년 새 이 3단은 훌쩍 성장했다. 후지쓰배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그래서 LG정유배에서 난적 최명훈 8단과 다투는 결승5번기가 이 3단에겐 타이틀 획득 여부를 떠나 승부사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이창호 이전에 반드시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 최 8단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LG정유배를 품에 안으면 이창호 다음가는 명실상부한 2인자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어차피 한 번은 넘어야 할 산
    초반 우상귀에서 불붙은 전투가 전 판을 휘감고 있다. 좌하귀에 의 큰 패를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흑이 1로 젖혀 중앙 백대마를 위협하고 팻감도 마련해둔 장면. 이에 최 8단은 두 눈 딱 감고 백2·4로 흑 열두 점을 때려버렸다(그럼 일단 흑5로 사는 것까지는 필연). 일단 챙길 건 챙겨놓고 백대마 공략에 나서겠다는 뜻이었는데, 문제는 이 다음. 흑7 이후 필사의 몸부림을 쳤으나 도무지 살 길이 없었다.

    역시 백2로 하나 받아두는 게 정수였다. 그럼 결국은 흑A로 살아야 하는데 그때 백B로 계속 패싸움에 승부를 걸었으면 서로 어려운 국면이었을 것이다. 207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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