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5

2002.10.17

‘은발의 봉사우먼’ 바쁘다 바빠!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2-10-14 12: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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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발의 봉사우먼’  바쁘다 바빠!
    "친구 여러분, 생일 축하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있는 성북노인종합복지관 2층 강당. 100여명의 노인들이 모인 가운데 생일을 맞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케이크를 마련해놓고 함께 촛불을 끄고 있는 사람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비슷한 연배임에 분명하지만, 이남근씨(70·사진 중앙)가 여기에 온 것은 ‘고려대학교 교우회 사회봉사단장’ 자격으로서다. 이씨는 지난해 5월 대학 동창회 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고려대 교우회 사회봉사단을 1년 넘게 이끌어오고 있다.

    고려대 동창들로 이뤄진 사회봉사단은 매주 한 번씩 성북노인종합복지관과 수락산 시립노인요양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칠순의 나이면 봉사하기보다는 대접받으면서 살아갈 때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씨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친구’라고 부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고려대 교우회가 대학 동창회로서는 이례적으로 사회봉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내실을 다지기 전까지는 시끌벅적하게 바깥에 알리기보다 이웃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조용히 돕는다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

    “고려대라는 이미지 속에는 ‘잘 뭉친다’는 것도 있지만 ‘끼리끼리’라는 배타적 이미지도 있잖아요. 대학 동창회가 스스로의 이득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봉사활동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고려대를 상징하는 크림슨 조끼를 입은 봉사단원들은 창립 이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봉사단원 대부분이 50∼60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보다 외로운 노인들의 생일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치매를 앓는 노인들에게는 손발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고려대인 만큼 50∼60대 동문들 사이에서도 위계질서는 엄격한 편이란다. 어떨 때는 머리가 희끗한 60대 초반의 ‘후배’가 찻잔을 날라야 하고, 봉사활동 현장에 후배가 선배보다 늦게 나타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 사회봉사단에서는 한국 양궁의 간판스타였던 이은경씨(체육교육과 91학번)가 ‘막내’다.

    “자원봉사도 역시 해본 사람들이 잘하더군요. 뭔가를 베풀고 나눠 갖는 기쁨은 경험해본 사람 아니면 모를 거예요. 고려대 교우회의 모토 중 하나가 ‘봉사하는 교우회’라는 사실 모르셨죠?” 봉사를 통해 노년의 기쁨을 얻은 이남근씨의 얼굴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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