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6

2002.08.08

안상영 부산시장 ‘거짓말 들통’

안시장측 답변서 단독 입수 … “여직원 성폭행 문제로 변호사 만났다” 선거 당시 발언 뒤엎어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11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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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영 부산시장 ‘거짓말 들통’
    안상영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폭행 의혹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 운동기간중 민주당에 의해 제기된 이 사건은 오히려 3기 지방자치 출범 이후 일파만파 커지는 분위기다.

    부산지역 60여개 시민단체 등은 성명서를 통해 “성폭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직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합의금 계좌추적 등 검찰수사도 요구했다. 또한 7월 중순 공무원노조 부산시지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조사에 응한 부산시청 직원 699명 중 69.5%는 ‘성폭행이 의심된다’, ‘성폭행이 사실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공무원노조부산시지부는 성폭행 의혹에 대한 안시장의 직접적인 해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이 사건의 안시장 소송 대리인인 최거훈 변호사는 지난 7월19일과 20일 부산시지부에 각각 A4용지 10장, A4용지 5장 분량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여직원 남편도 성폭행 사실로 믿었다”

    안상영 부산시장 ‘거짓말 들통’
    안시장은 지금까지 한두 문장의 분절적 방식(TV토론, 언론 인터뷰)으로 성폭행 의혹을 해명해 왔다. 그러나 ‘주간동아’가 7월27일 단독 입수한 이들 답변서는 성폭행 의혹 사건 무대인 런던의 호텔 객실 구조 묘사 등 안시장 성폭행 사건의 전말을 상당히 구체적, 연속적, 논리체계적으로 해명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이 답변서에서 안시장측 소송 대리인은 “여직원 남편은 성폭행을 사실로 믿었으며, 여직원 남편이 김용원 변호사와 상담한 사유도 성폭행 문제였다”고 답했다. 소송 대리인은 또한 “김변호사도 여직원 남편과 상담한 이후 성폭행을 사실로 믿게 됐다”고 밝혔다.

    ‘남편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안시장측은 ‘안시장, 여직원, 여직원 남편, 김변호사 등 성폭행 의혹 사건 관계자 4명 중 2명이 성폭행을 사실로 믿고 있었다’는 점을 처음 인정했다. 지금까지 안시장측은 성폭행 의혹 자체가 괴문서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소송 대리인은 또한 “안시장과 김용원 변호사가 만난 것은 여직원 성폭행 문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정(市政) 문제로 김변호사를 만났다”는 지금까지의 안시장 발언을 오히려 안시장측이 전면 부정한 것으로, 안시장의 결정적인 ‘말 바꾸기’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시장 답변은 이번 사건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 셈이다.

    ◇ 안상영 부산시장 성폭행 의혹의 전말

    안상영 부산시장 ‘거짓말 들통’
    답변서 내용만을 참조해 여직원 성폭행 의혹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2000년 3월4일 안상영 부산시장과 안시장 부인, 수행 직원들, 여직원,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각 1명은 파리 및 런던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3월8일 밤 런던 스왈로우프라자 호텔에서 안시장은 여직원 방을 방문해 여직원을 성폭행했다. 귀국 후 여직원은 울면서 이를 친구에게 털어놓았고, 친구는 이를 여직원의 남편에게 전했다. 이에 남편은 안시장과 정무부시장에게 찾아가 항의했으나 이들이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자 김용원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했다. 그 후 남편은 안시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고 합의를 해줬다. 여직원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안시장은 합의금 2억원을 모 업체 L사장에게서 받은 돈으로 마련했다.’

    ◇ 안시장측의 새로운 답변

    답변서는 “만일 남편이 여직원을 상대로 직접 성폭행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혼자의 상상 속에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했다면 사건 꼴이 아주 우습게 됩니다. 말하자면 이 성폭행 사건은 남편의 오해로 빚어진 해프닝에 불과하게 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답변서는 “변호사 역시 여직원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 말만 듣다 보니 나름대로 확신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답변서는 이때 ‘변호사가 남편 말을 듣고 확신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기술했다. “김변호사가 여직원 남편과의 상담을 ‘토대로’ 자기 친구 등을 만나 안시장이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답변서)

    결론적으로 답변서는 ‘남편의 오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여직원의 남편은 여직원 성폭행을 사실로 믿고 있었다 △여직원 남편과 김변호사가 상담한 내용은 여직원 성폭행 문제였다 △상담 이후 김변호사도 여직원 성폭행을 사실로 믿게 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 여직원 남편과 김변호사 관련 의문점

    답변서는 여직원 남편이 오해한 이유에 대해 “여직원과의 불화 끝에 시장과 여직원 사이를 의심하고서 상상적인 가정하에…”라고 설명했다. 답변서는 여직원 성폭행 의혹 사건에서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여직원 남편은 근거도 없이 아내를 의심한 것이고, 김용원 변호사는 상담자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로 믿어 외부에 ‘근거도 없는 안시장 성폭행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됐다. 여직원 남편은 부산지역 대학 교수며 김변호사는 검사 출신 법조인이다. ‘여직원 남편과 변호사까지 의심한 안시장의 성폭행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답변서는 ‘여직원 남편과 변호사의 인격 및 지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 안시장의 말 바꾸기

    안상영 부산시장이 2000년 6월 김용원 변호사를 만난 것은 매우 중요한 정황 증거다. 김변호사는 “안시장이 만나달라고 간청해 와서 만나줬다. 안시장은 자신의 부하 여직원 성폭행건에 관해 본인(김변호사)이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으므로 본인이 행여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제기를 할까봐 만나자고 한 것 같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안시장은 “시정문제로 김변호사를 만났다”면서 김변호사 주장을 부정했었다.

    그러나 답변서는 “안시장은 성폭행 문제 때문에 김변호사를 만났다”고 밝혀 안시장의 이전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답변서 내용이 맞다면 안시장은 선거운동 당시 명백하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답변서는 안시장이 김변호사를 만난 이유에 대해 “김변호사의 허위사실(안시장의 성폭행설) 유포행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러한 답변서 주장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이어지는 두 사람의 만남 상황에 대해 답변서는 “양쪽 모두 성폭행건을 적극적으로 꺼내지 않음으로써 그에 대한 이야기는 진전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시장이 김변호사에게 ‘입막음 간청’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항의’하러 갔다면 막상 김변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안시장이 성폭행 얘기를 적극적으로 꺼내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 논리적으로 납득 안 된다”는 것이다.(공무원노조 부산시지부 관계자)

    안시장측 소송 대리인 답변은 안시장에 대한 부산시 공무원들의 공개질의에 대한 응답이라는 점에서 안시장의 책임 있는 답변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이 답변서는 또한 ‘공개’를 전제로 제공된 것이었다. 안시장측 답변서는 “여직원 남편과 김변호사의 잘못으로 있지도 않은 성폭행이 확산되었다”며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물었다. 한이헌 후보에게만 책임을 묻던 이전과는 다른 태도였다. 여직원 남편과 김변호사는 안시장측으로부터 ‘인격적 공격’까지 받았다.

    ‘주간동아’는 여직원 부부 자택에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김변호사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상담내용 공개 등 변호사 윤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변호사도 ‘주간동아’가 답변서를 확보한 직후 외국으로 떠나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안상영 시장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안시장 스스로 말 뒤집기로 판을 확대시켰으니 그의 성폭행 의혹 사건은 반드시 그 전말이 가려져야 할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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