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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함대’창설 꿈은 이루어진다

이지스함 도입 전천후 해상작전 가능… 對地 미사일 탑재 막강 해군력 구축 신호탄

‘기동함대’창설 꿈은 이루어진다

‘기동함대’창설 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 지난 7월24일 해군이 차기 한국형 구축함 KDX-Ⅲ에 탑재할 전투체계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Aegis)를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한 퇴역 해군 제독이 내뱉은 말이다.

왜 해군 제독은 이지스함 도입을 꿈이 이뤄지는 것으로 표현한 것일까. 정답은 17년 전에 꾼 꿈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1985년 해군은 ‘전략기동함대’(이하 기동함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지스함 도입 결정으로 그 절반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한국 해군의 숙원이자 한국 군부의 염원인 기동함대는 어떤 함대인가. 이 함대는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무기를 탑재하며, 어느 곳을 모항으로 할 것인가. 기동함대가 보완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이지스 체계 선정으로 인해 부쩍 관심이 높아진 한국 해군의 기동함대에 관한 청사진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3~4개월간 먼바다에서 작전

기동함대는 태풍이 불어와도 피항(避港)하지 않고 작전하는 함대를 말한다. 군함은 최소한 3000t 이상이라야 태풍에 굴하지 않고 작전할 수 있다. 따라서 기동함대는 전부 3000t급 이상의 함정으로 구성된다. 한국 해군이 생각하는 기동함대는 세 개 기동전단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각 기동전단은 6∼7척으로 구성되므로, 기동함대의 규모는 18∼21척(20척 내외)이 된다.

각 기동전단은 7000t급 이지스 구축함 한 척과 3500∼5000t 규모의 일반 구축함 4∼5척, 그리고 구축함 세력에 연료와 식량·탄약 등을 공급해 주는 1만5000t 내외의 군수지원함 한 척으로 편성된다. 기동전단의 핵심 세력인 이지스 구축함은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나, 가장 중요한 이지스 전투체계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에서 도입한다.

이미 한국은 일반 구축함인 3200t급의 KDX-Ⅰ과 4200t급의 KDX-Ⅱ를 건조한 바 있다. 따라서 기동전단을 구성할 4∼5척의 일반 구축함은 KDX-Ⅰ과 Ⅱ를 추가 건조하거나 그 개량형으로 마련한다. 이러한 기동전단은 한번 출동하면 3∼4개월간 모항에 들어오지 않고 먼바다에서 작전한다.

따라서 물과 식량·탄약·연료를 보급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담당하는 것이 군수지원함이다. 현재 해군은 ‘천지급’으로 불리는 9500t급의 군수지원함을 건조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천지급 군수보급함으로는 3∼4개월간 5∼6척의 구축함을 보급해 줄 수 없으므로, 별도로 1만5000t급의 군수지원함을 건조해야 한다.

‘기동함대’창설 꿈은 이루어진다
기동전단은 단독으로 제해(制海)작전을 수행한다. 제해작전의 규모가 크면 두 개 기동전단이나 기동함대(세 개 기동전단) 전체가 출동할 수도 있다. 한국은 전형적인 무역국가인데 전체 무역량의 96%가 해상으로 수송된다. 기동함대나 기동전단에 부여된 평시의 제해작전 임무는 이러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전시가 되면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들어오는 적 함대를 맞아 해상 결전(決戰) 등을 벌인다.

기동함대는 해상 결전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 다양한 작전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시용 제해작전은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대공작전, 적의 지상 시설을 공격하는 대지작전, 적 함정을 공격하는 대함작전,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대잠작전으로 구성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공작전이다. 대공작전은 주로 이지스 구축함이 담당한다.

전투기의 최고 속도는 대개 마하 2(시속 약 2400km) 정도다. 이번에 도입키로 한 이지스 구축함은 매우 예민해서 전투기는 물론, 마하 8(시속 약 9600km)의 속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도 요격해낸다. 요격 임무는 대공미사일인 ‘SM-2 블록 Ⅳ’ 등이 담당하는데, 이지스 구축함은 100여개의 전투기와 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 이지스 구축함은 반경 100km 내외로 날아오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으므로 자기는 물론이고 기동전단 전체를 보호할 수 있다.

미사일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것이 대지(對地) 공격용 미사일이다. 덩치가 크다는 것은 발사시 충격(후폭풍)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므로, 큰 함정이 아니면 대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가 없다. 지난해 한국은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가입함으로써 사거리 300km의 대지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한국은 사거리 300km의 대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데, 개발이 완료되면 이 미사일을 덩치 큰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해 강력한 대지 공격능력을 갖추게 한다.

‘기동함대’창설 꿈은 이루어진다
장거리(최고 120km)에서 적 수상함을 공격할 때는 대함(對艦)미사일의 대명사인 ‘하푼’을 사용한다. 현재 한국은 대함(對艦) 무기인 ‘K-하푼’(한국형 하푼)을 개발해 오고 있다. 이 미사일의 개발이 완료되면 해군은 이 미사일을 일반 구축함과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한다. 적 수상함을 단거리에서 공격할 때는 속도가 빠른 경(輕)어뢰를 사용한다. 국내 업체인 LG이노텍이 ‘청상어’라는 이름의 경어뢰를 개발했으므로,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과 일반 구축함에는 청상어를 탑재해 대함 공격력을 보강한다.

일반 구축함은 이지스 구축함이 확보해 준 반경 100km 내외의 안전한 방공망 안에서 작전한다. 일반 구축함은 K-하푼과 청상어·함포 등을 이용해 기동전단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국 해군의 ‘주먹’인 기동함대는 한국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로를 방어하기 좋은 곳에 위치한다. 한국으로 이어지는 항로는 제주도 근해를 지나므로 기동함대의 모항으로는 제주도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은 잠수함을 탐지하는 능력은 뛰어나나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최고의 무기는 역시 아군의 잠수함이다. 따라서 기동전단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3∼5척으로 편성된 잠수함 전단을 기동전단에 반드시 세트로 붙여주어야 한다. 이지스 구축함 도입이 추진되면서 해군에서는 잠수함 사업 열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지스 구축함 도입이 가시화된 만큼 조만간 잠수함 도입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한국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도입이 확정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감격해하지만 주변국을 돌아보면 전혀 기뻐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미 네 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도입했고, 이번에는 한국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다섯 척분의 이지스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 2월 러시아판 이지스함이라고 할 수 있는 소브레메니급 구축함(9500t급) 두 척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했다.

한국이 만들려는 기동함대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하고 있는 호위함대와 비슷하다. 한국의 기동함대는 세 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되나, 일본의 호위함대는 네 개의 호위대군(護衛隊群)으로 편성돼 있다. 호위대군은 이지스 구축함 한 척에 일반 구축함 여섯 척, 그리고 군수지원함 한 척 등 도합 8척으로 편성된다.

한국은 수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다. 일본은 추가로 도입할 다섯 척의 이지스함을 네 개의 호위대군에 각 한 척씩 배정할 예정이다(한 척은 훈련용으로 사용). 이지스함이 두 척으로 늘어나면 호위대군은 그만큼 방공 범위가 넓어져 나머지 일반 구축함은 두 배로 넓어진 수역에서 작전할 수가 있다.

현재 일본은 16DDH로 불리는 1만3500t급의 전투함을 건조하고 있는데, 이 전투함은 내년부터 취역해 각 호위대군에 속한 5000t급의 구식 일반 구축함을 대체해 갈 예정이다. 16DDH는 중형 헬기 네 대를 탑재할 수 있어 사실상의 헬기 항모 역할을 한다.

일본의 해군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뒤를 중국이 급속히 따라가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이 살아가려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주먹’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지스함 도입 결정은 생존을 위한 한국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기동함대 창설은 한국 해군의 꿈이고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퇴역 해군 장성의 외침이다.

주간동아 2002.08.08 346호 (p10~12)

  •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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