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1

2002.07.04

국제정치학회 ‘요람’ 생겼다

서울 마포 서교동에 5층 신축 회관 개관… 척박한 국내 인문학 발전 기폭제 기대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18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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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정치학회 ‘요람’ 생겼다
    국내 인문사회 분야 학회로는 처음으로 ‘독립사옥’을 가진 학회가 나왔다. 열악한 인문학 연구가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우철구)는 6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축사옥에서 회관 개관식을 가졌다. 지난해 9월 착공한 이 회관은 지상 5층, 건축 연면적 158평 규모로 공사비 3억8000만원을 포함해 대략 10억원의 경비가 들었다.

    한국국제정치학회는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국내 정치학 학회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정회원 수는 1400여명. 국내 거의 모든 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 학회는 1년에 네 차례 전문 학술지를 발행하는데, 논문 심사가 까다로워 이곳에 논문이 실리는 교수는 교수 평가시 연구업적으로 반영된다. 이 학회는 또한 국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1년에 5~6차례, 국제 세미나를 3~4차례 개최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학회의 행정적 업무를 맡는 직원들이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했다는 점. 모임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 상당수 인문학 학회들은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회의가 있을 때마다 각 대학의 빈 장소를 찾아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년 노력 끝 결실 ‘기쁨 두 배’



    국제정치학회 ‘요람’ 생겼다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국내 인문학회도 ‘철새’ 신세를 면해야 한다”면서 “내 집을 갖자”고 결의한 때는 1981년. 회관건립특별위원회를 따로 만들었다. 결국 그때의 결의가 현실화되는 데 20여년이 걸린 셈이다. 학회 회원들은 회관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특정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마련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학회 김달중 회관건립특별위원회 위원장(연세대 정치학과 교수)은 “학회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어렵지만 원칙대로 가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학회는 정회원, 평생회원 등으로부터 받은 회비를 은행에 따로 적립하는 ‘단순한 재테크’로 돈을 불려나갔다. 그러나 막판에는 은행대출을 받아야 했다. 학회 회원들은 각 학교에선 저마다 저명한 정치학 교수지만 건물 신축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초보자였다. 김달중 위원장은 “건설업체와의 계약, 세금납부, 은행대출 등 생소한 일을 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20여년 만에 서교동 목 좋은 곳에 5층 건물을 갖게 된 뒤로 현재 학회가 안고 있는 빚은 3000여만원에 불과하다.

    개관식은 한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8강전이 열리는 시간과 겹쳤다. 그러나 많은 정치학과 교수들이 행사에 참여해 자신들의 끈기 있는 노력을 자축했다. 학회는 건물의 상당부분을 임대할 예정이다. 다시 차근차근 돈을 모아 국제회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집을 갖는 것이 그 다음 목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학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달중 위원장은 “뉴욕이나 도쿄에는 인문학 학회들이 ‘인터내셔널 센터’라고 불리는 훌륭한 학회 사옥을 운영하면서 외국 학자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다. 전문가들간의 커뮤니케이션 창구 구실을 하는 공간이야말로 학문 발전의 요람이 된다”고 말했다.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인색하다. 대학의 인문학 학과들이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학회에 대한 지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면서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인문학회가 국내에 많다. 김위원장은 “한국국제정치학회의 20년 만의 결실은 이러한 현실을 용감하게 극복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다른 인문학 학회에서도 사옥건립 바람이 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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