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0

2002.06.27

힘빠진 JP, ‘나 어떡해’

영향력·위상 추락, 소속 의원 동요 … 돌파 묘안도 없어 최대 위기 봉착

  • < 추승호/ 연합뉴스 기자 >chu@yonhapnews.net

    입력2004-10-14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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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빠진 JP, ‘나 어떡해’
    정치적 곡예로 반평생을 보낸 JP(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이번에는 정말 위기에 몰렸다. 당내에서는 JP 40년 정치여정 중 가장 위험한 상황이란 지적이 줄을 잇는다. JP의 위기는 6·13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맹주 자리를 박탈당한 것에서 출발한다. JP는 충남을 제외한 대전과 충북을 한나라당에 내줘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로 인해 JP의 구심력은 급속히 감소됐고 이는 소속 의원들의 탈당 분위기로 이어졌다.

    정계 일각에서는 자민련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실제 일부 의원들은 지방선거 패배 때 탈당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그 가운데 지방선거 전부터 탈당설이 나돌던 S, L, J, O 의원 등은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민련 인사들은 충청권 내 JP의 위상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집권 가능성이 없어도 JP가 의원들을 자민련 울타리 안에 묶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충청권에 대한 강한 장악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JP는 그동안 ‘총선 승리’는 최소한 담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로 이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JP를 덮친 위기의 본질이다.

    더 큰 문제는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JP에게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여느 당 같으면 이럴 때 ‘쇄신’을 요구하기도 하겠지만 자민련은 지금 의외로 조용하다. L의원은 “쇄신 요구를 하기에는 당이 너무 활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자민련 주변에서는 한때 JP의 2선 퇴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JP는 더 이상 자민련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3의 인물을 영입, JP는 뒤에서 병풍 역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JP퇴진론의 골자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당내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바람이 빠졌다. JP측의 진화작업과 “몇 사람을 수혈해 봐야 자민련은 자민련”이라는 자포자기식 정서 등 JP퇴진의 와해 배경은 엇갈렸다. 한때 거론되던 당직개편도 14개 의석의 뻔한 인재풀(pool)이 갖는 한계로 이미 대안에서 제외된 분위기다.

    그렇지만 소속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당장 가시화할 것 같지는 않다. 이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명분을 축적해야 하고, 한나라당도 ‘낮은 행보’를 보이면서 자민련 의원 입당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읽고 있는 JP는 조만간 비장의 승부수를 뽑아들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정계개편’ 가능성을 거론한다. 유력한 대선후보를 영입해 출마시키거나, 아니면 집권 가능성이 높은 당에 지분을 인정받고 연대 또는 흡수되는 등의 방법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JP는 그동안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을 연결하는 ‘4자 연대론’의 골격을 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정치적 영향력과 위상이 실추된 JP를 이들 세 의원이 선택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특히 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이 세 의원에게 관심을 표명하면서 ‘제3후보’들의 선택은 자민련보다 민주당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실적으로 당락을 떠나 ‘제3당’ 후보보다 ‘제2당’ 후보로 나서는 것이 차기를 위해서도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이들 세 의원이 하지 않을 리 없다.

    최악의 경우 JP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김총재로서는 ‘DJP’ 공조로 공동정권을 창출했던 과거의 경험이 합당의 명분이 될 수 있는 데다, 민주당으로서도 ‘호남+영남+충청 일부’의 지역구도가 절실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자민련 궤멸작전’을 펴면서 JP의 존재가치를 부정했던 한나라당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JP가 운신할 공간이 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JP가 새로운 정치생명을 얻기보다는 일시적인 연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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