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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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탈락 위기 프랑스 섹스 탓?

경기력 영향 둘러싸고 장외 입씨름 후끈… 선수들 체력 감안 에너지 소모량은 ‘미미’

  • < 노주환/ goodday 신문 축구부 기자 > nogoon@hot.co.kr

    입력2004-10-13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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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선탈락 위기 프랑스 섹스 탓?
    대표선수들이 모두 성인인 만큼 섹스 문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단 한 경기에서의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우승을 위해 몰두해야 하는 만큼 섹스는 집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루이스 페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

    2002 한ㆍ일 월드컵이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 ‘섹스가 과연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월드컵 개막 전 섹스를 허용했던 프랑스가 단호하게 금지령을 내렸던 브라질에 비해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이자 ‘섹스가 경기력에 해가 되지 않는가’란 의문이 제기된 것.

    세계 최강 프랑스는 개막전부터 아내와 애인을 동행시켰다. 6월10일 현재 세네갈전(0대 1 패), 우루과이전(0대 0 무)을 치른 프랑스는 1무1패로 예선탈락 위기에 몰리며 최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벨기에 로베르 와세주 감독은 프랑스의 졸전이 “섹스를 무분별하게 허용한 처사”라고 비꼬기도 했다.

    프랑스와 함께 여자를 동행하고 온 폴란드도 수모를 당하기는 마찬가지. 한국과의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0대 2로 완패하자 섹스 찬반의 격론이 벌어졌다. 예지 엥겔 감독은 “여자친구나 아내가 월드컵 때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선수들 중에도 섹스가 해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며 “나도 아내를 데리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선탈락 위기 프랑스 섹스 탓?
    이에 폴란드의 공격형 미드필더 체자리 쿠하르스키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축구에만 전념하고 싶다”며 “아내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면 집중력에 해가 될 것”이라고 감독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프랑스 폴란드와는 반대로 섹스 금지령을 내렸던 브라질은 초반 터키(2대 1 승)와 중국(4대 0 승)에 2연승을 거두며 사실상 16강을 확정지었다. 스콜라리 감독은 “섹스가 집중력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고 금욕을 강조, ‘성의 천국’ 브라질에 일대 파문을 불러왔다.

    반면 스트라이커 에디우손(브라질 플라멩고)은 “50일 동안 섹스 없이 지낸다면 나는 미치게 될 것”이라며 “외로움을 달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스콜라리 감독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왕년의 축구스타 지코도 텔레비전에 출연, “굳이 섹스에 대해 압박감을 줄 필요는 없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맞받았다.

    섹스를 조건부로 허용했던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이 받은 성적표도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조반니 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은 “예선전이 끝나는 13일 이후에나 아내와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했지만 될 수 있으면 섹스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도 16강에 가볍게 오르고 ‘섹스데이’를 선물로 주려 했으나 1차전인 미국전에서 2대 3으로 패해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도 히딩크 감독의 결정에 따라 조건부로 외박을 허용하고 있다.

    섹스 허용 여부가 32개국의 성적표에 미친 영향을 산술적으로 계산하기는 힘들다. 74년 월드컵에서는 섹스를 허용한 독일(당시 서독)과 네덜란드가 결승에 올랐고, 지난 66년 월드컵에서는 북한 대표팀이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꺾은 뒤 여성 접대부와 함께 음주파티를 벌인 끝에 8강에서 포르투갈에 3대 5로 역전패하기도 했다.

    그럼 당사자인 선수들과 전문가들은 섹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한국 국가대표팀의 C선수(미혼)는 유럽 진출 후 지나칠 정도로 여자를 멀리해 오히려 신체리듬이 깨진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하지 못하고 운동에만 몰두한 결과, 근육이 굳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경우 어느 정도 여성호르몬을 투입하거나 피부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 의도적으로라도 성관계를 가지는 것 등이 현명한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팀 A선수(기혼)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훈련이 힘들어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감독이 성관계를 허용했으니 따르기는 하겠지만 경기 바로 전날 관계를 갖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A선수 외에도 한국 대표팀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동안 한국의 성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훈련이 고되기 때문에 성관계를 생각할 틈이 없다고 말한다.

    김현철 대표팀 주치의는 “편안한 성관계가 정신적으로 안정을 줄 수는 있지만 경기 전 성관계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한 굳이 모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섹스가 경기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된 것은 없다. 통상적으로 성관계가 선수들에게 숙면을 취하게 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잦은 외박 허용은 기혼 선수들과 미혼 선수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신동성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연구처장은 “성관계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정확한 연구 결과는 없다. 성관계 때 에너지 소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박사는 “사람들이 성관계 후 피로를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심리적인 이유지만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성관계는 최소한 경기 4일 전까지만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의 국내 권위자인 서강대 최대혁 교수는 “성관계 때의 에너지 소비량이 축구선수에게는 미미한 정도”라며 “오히려 성관계를 금지하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교수는 “월드컵과 같은 대회는 체력보다는 정신력이 변수”라며 “경기 도중 쉽게 흥분하지 않으면서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기 일주일 전 성관계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혼 선수들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총각 선수는 안정을 찾기보다는 성욕을 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더 많은 훈련으로 이를 해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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