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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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흔들기에 조치훈 ‘허걱’

조훈현 9단(백):조치훈 9단(흑)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4-10-01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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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훈현 흔들기에 조치훈 ‘허걱’
    ”LG배 세계기왕전의 기전 이름을 앞으로는 한국기왕전으로 바꿔야겠군.”

    5월2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벌어진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무려 7명의 한국 기사가 8강에 진출하자 나온 말이다. 특히 겁 없는 10대 신예기사들의 활약이 돋보여 박영훈 3단은 거함 마샤오춘(馬曉春) 9단을, 조한승 5단은 일본의 일인자 왕리청(王立誠) 9단을, 원성진 4단은 중국의 일인자 창하오(常昊) 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빅3(이창호-조훈현-유창혁 9단)의 행군도 여전했다. 이날 눈길을 끈 대국은 LG배에서만 다섯 차례 마주친 조훈현 9단과 조치훈 9단 간의 라이벌전. 80년 조치훈 9단이 일본 명인 타이틀을 따고 금의환향했을 때 두 사람은 처음으로 두 판의 비공식 대국을 벌였고, 그때 2연패 당한 조훈현 9단은 콜라만 마셔도 취하는 체질에 만취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조훈현 9단은 이후 세계 바둑황제로 우뚝 섰고 공식 대국에서 조치훈 9단에게 전승(이 대국까지 8연승)을 거두며 ‘되로 받은’ 그 옛날의 아픔을 ‘말로 갚고’ 있다.

    조훈현 흔들기에 조치훈 ‘허걱’
    흑진에 갇힌 백 △ 두 점이 풍전등화의 신세. 여기서 백‘가’로 자리잡으면 물론 쉽게 살릴 수 있다. 그러나 흑‘나’를 당하면 그렇지 않아도 실리가 태부족인 백으로서는 앉아서 진다. 굶어 죽으나 맞아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 백1은 승부수였다. 이때 흑2가 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한 패착으로, 상대가 백3의 수단을 부리지 못하도록 바로 이 자리로 한 칸 더 다가서 협공함이 옳았다. 여기서부터 조훈현 9단의 트레이드마크인 ‘흔들기’ 수법이 발동되어 에서 보듯 흑20까지 생살 같은 일곱 점이 떨어져 나갔고 백21의 요처까지 빼앗겨 창졸간에 대역전. 246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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