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2002.05.16

“수영 신동 출현… 경사났네”

  • < 전 창/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 jeon@donga.com

    입력2004-10-01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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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 신동 출현… 경사났네”
    지난 4월17일 성남 제2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74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50m 남자 초등부 결승전이 끝나자 1000여명의 관중은 탄성을 터뜨렸다. 12세 꼬마 심기혁(12·서울 상명초 6학년)이 26초20으로 터치판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초등부 대회 신기록은 2000년 72회 대회 때 수립된 27초99. 이날 2위는 ‘정상적인 초등학생 기록’인 28초93으로 골인했다.

    이날 심기혁의 기록을 보고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1). 요즘 수영장 운영에 대학 강의, 방송 출연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는 심기혁의 기록을 전해 듣고 “나는 이제 물개 간판을 내려야겠다”며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과연 심기혁이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을 뛰어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해남고 1학년생이던 조오련이 무작정 상경을 감행한 것은 68년. 헤엄이라면 자신 있던 이 소년은 중학교 시절 제주도에서 난생 처음 수영대회를 구경했다. 이때 ‘수영을 잘하면 장학금 받으며 공부할 수 있고 배도 곯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긴 것.

    이후 그는 서울 종로의 한 간판가게에서 보조일을 보며 YMCA수영장에 다니다 이듬해 첫 대회 일반부(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니까)에 출전해 고등부보다 훨씬 빠른 기록으로 1등을 차지한다. 이 모습이 당시 문교부 장관 민관식씨의 눈에 띄어 자신의 ‘계획’대로 장학금 받으며 양정고에 들어가 체계적인 수영 수업을 시작했다. 70년 12월 그가 태국 방콕국립수영장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를 아시아 신기록으로 석권한 것은 정식으로 수영을 배운 지 1년5개월 만의 일이었다.

    심기혁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기관지가 안 좋아 수영을 시작했다. 세계랭킹 1위인 이언 소프(호주)와 입문 동기가 같다. 수영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다른 일반 동호인들을 모두 제치자 놀란 코치는 심선수의 아버지를 찾았다. “애가 물을 잡을 줄 아는데요, 선수 시키시지요.”(코치) “돈이 더 들어갑니까?”(아버지) “아닙니다. 제가 책임지고 가르치겠습니다.”(코치) 이후 심기혁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고, 사업을 하는 아버지 심일보씨는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국내 최초로 수영전문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6억여원을 쏟아부었단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큰 집’(세계 제패)을 짓기에는 벽돌(운동량)이 너무 적었다.” 조오련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다. 조오련이 그토록 원했던 적절한 나이와 실력, 주위의 지원을 모두 갖춘 선수가 바로 심기혁인 셈이다. 과연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수영선수가 성장할 수 있을지 즐겁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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