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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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추는 IJP(이인제·김종필) “우리가 남인가유…”

골프 회동, 대내외에 연대 가능성 입증 … ‘충청권 사수’ 뜻 같지만 같은 길 어려울 듯

  • < 추승호/ 연합뉴스 기자 >chu@yonhopnews.net

    입력2004-09-30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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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맞추는 IJP(이인제·김종필) “우리가 남인가유…”
    ‘IJP 연대’는 가능한가. 지난 5월3일 이인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6월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두 사람의 연대 문제가 정계개편의 또 다른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연대를 예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념적으로 진보보다 보수라는 비슷한 색깔을 갖고 있고, 지역적으로 동향(JP: 부여, IJ: 논산)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

    IJP 연대에 관해서는 사실 올해 초 이미 의사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김총재가 내건 내각제를 고리로 한 신당창당 구상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화답했기 때문이다.

    정균환 송석찬 의원 등 민주당 중도개혁포럼 인사들이 내각제를 매개로 한 자민련과의 신당 창당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시도한 데 이어 정대철 김원기 천용택 의원 등 쇄신연대 인사들까지 논의에 참여했다. 그렇지만 이인제 전 고문 등 대선후보들의 반발로 유보조치됐다.

    당시 민주당과의 내각제 논의를 벌였던 자민련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인제 전 고문측과 협의해 가며 논의를 진행시켜 민주당 주류측의 합의를 얻어냈는데, 당시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던 이 전 고문이 경선 및 대선구도의 변화를 우려해 반대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 후 탐색전을 벌이던 양 진영이 연대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4월17일 이 전 고문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중도포기하면서부터.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태동중인 보혁구도에서 이 전 고문이 국가의 미래와 정치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예의주시하겠다”면서 “그의 사퇴는 좌파 노선에 의한 중도개혁 노선의 좌절로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본다”고 이 전 고문의 편을 들었다.

    다음날인 4월18일 김총재는 자민련 출입 기자들과의 주례 간담회에서 좀더 진한 ‘러브콜’을 보냈다. 김총재는 “이 전 고문의 마음이 퍽 공허할 텐데 고향 선배로서 메워주고 싶다”며 “골프 치자고 해서 위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이날 이 전 고문의 서울대 법대 동창이자 같은 고시원에서 공부한 김학원 총무를 시켜 즉각 골프 회동(5월3일) 스케줄을 잡았다.

    김총재는 이후 기자간담회와 라디오 방송 출연을 통해 이 전 고문이 ‘보수 대연합’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과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가능성 있는 정치인’이란 점을 거듭 강조하며 ‘IJP 연대’ 외연을 넓혀나갔다.

    이런 사전정지 작업을 거친 두 인사는 5월3일 골프 회동을 통해 ‘IJP 연대’의 가능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전 고문은 라운딩 직전 ‘지방선거 때 김총재를 돕겠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연히 도와드려야죠”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회동 결과 발표에서는 양측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자민련 정대변인은 “두 분이 나라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점에서 완전한 의견일치를 봤다”며 “향후 정치 지향과 관련해 협력과 신뢰 관계를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정대변인은 라운딩 때 카트를 같이 타고 다니며 나름대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음을 내비치며 연대 방안에 대해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전 고문측 원유철 의원은 “두 분이 협력한다는 뜻을 확인했지만 ‘완전한 합의’란 표현은 너무 앞질러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IJP 연대에 적극적인 쪽은 김총재와 자민련이다. 자민련은 이 전 고문이 지방선거 전 합류해 지상목표인 ‘충청권 사수’를 달성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자민련의 생사가 걸린 만큼 이 전 고문을 통해 ‘안방사수’라는 기본전략을 달성하려는 것.

    그렇지만 이 전 고문측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지방선거 전 아무런 명분 없이 탈당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고문측은 지방선거 전 탈당이 사실상 제2의 경선불복으로 비쳐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신한국당 시절 경선불복의 멍에에 짓눌려온 그로서는 또 한 번의 경선불복 논쟁에 휘말릴 경우 자칫 정치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총재가 6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고문과는 당이 다르더라도 협력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며 “그렇게 변신하면서 협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도 명분과 정치현실에서 방황하는 이 전 고문을 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방선거에서 IJP 연대의 방법과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실마리로 볼 수 있다. 이 전 고문이 당내 충청권 의원들과 연대해 민주당 후보의 공천을 사실상 봉쇄, 자민련을 지원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약진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민주당 지도부도 동의한다. 따라서 이런 정도의 한시적이며 느슨한 연대는 양당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이 전 고문은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 남아 ‘차차기’를 기약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과 신당을 만드는 ‘제2의 승부’를 준비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고문측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특별한 입장이 없다. 노무현 후보가 추진하는 정계개편에 따라 상대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재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이다.

    사실 이 전 고문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위험’이 도사린다. 우선 민주당 잔류도 여의치 않다. 재선급 신진 정치인들이 대권에 도전하는 토대와 풍토 속에 5년 후 차차기를 기약한다는 것은 난망하기 이를 데 없다. 당장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민석 의원이 당선되면 그가 차차기에 이 전 고문과 대결구도를 형성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감 1순위로 지목되는 추미애 최고위원도 꿈을 갖지 말란 법은 없다. 경선을 완주한 정동영 의원 역시 버거운 경쟁 상대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뛰쳐나온다 해서 괜찮은 여건과 환경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자민련과 신당을 만들 경우 최고의 반대급부는 김총재 이후 ‘충청권 맹주’ 위상을 보장 받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칫 대권에서는 영영 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팎을 둘러싼 환경이 여의치 않은 분위기인 셈.

    그러나 이 전 고문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이념성향이 맞지 않고 그가 정계개편을 시도하면 돕지 않겠다고 거듭 공언한 만큼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마음 맞추는 IJP(이인제·김종필) “우리가 남인가유…”
    아쉬운 대로 결단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창당준비위원장과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이 비교적 근거리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JP와 박·정 두 의원까지 아우르는 신당을 만들 경우 최소한 ‘구태 정치인과 지역주의에 영합한다’는 비판은 뚫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고문이 움직인다면 지방선거 후 적절한 시기를 봐서 자민련, 박·정 의원 등과 함께 신당을 만들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곧 이 전 고문의 대선 출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후보에 대한 비방공세 및 중도사퇴 등으로 그의 이미지는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됐다. 특히 새로운 파트너들이 그의 대표성을 인정해 대선 출마를 용인할 것인지도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자민련 일각에서는 신당이 출범할 경우 이 전 고문은 충청권의 맹주와 당의 대표라는 위상을 갖고 차차기를 노리도록 하고 박·정 두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이번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이 노무현, 이회창과 함께 3자 구도를 정립할 수 있는 카드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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