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2002.05.16

노무현 ‘검찰권 독립’ 의지 있나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 청탁 전화… “오지 않으면 좋겠다” 는 완곡 거절에도 사람 보내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09-30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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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검찰권 독립’ 의지 있나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지난 4월11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게 ‘민주당 지구당위원장을 보낼 테니 얘기를 들어보라’면서 기소중지 사건과 관련된 청탁 전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후보가 언급한 민주당 지구당위원장은 다음날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찾아가 단속에 적발되어 기소중지된 유흥업소 업주의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동아’는 이 같은 사실을 4월29일 이병기 지청장으로부터 직접 확인했다. 다음은 이지청장이 밝힌 노무현 후보와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4월11일 오후 3시쯤이었다. 그때 다른 사건에 연루된 최문도씨가 압송될 즈음이어서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내게 전화를 해왔다. 노후보는 내게 ‘저를 혹시 만난 적 있으시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노후보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저야 노후보님을 잘 알죠’라고 답했다. 노후보는 ‘민주당 부산 해운대-기장군을 지구당위원장을 동부지청장실로 내일 보내겠다’고 하면서 ‘지구당위원장이 가면 만나주시겠느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안 왔으면 좋겠지만 보낸다면 만나죠’라고 답했다. 노무현 후보는 ‘부산의 지구당위원장은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참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구당위원장 보낼 테니 얘기 들어보라”

    노후보가 언급한 이상렬 민주당 부산 해운대-기장군을 지구당위원장은 다음날인 4월12일 오전 11시쯤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실을 방문해 이병기 지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병기 지청장은 “이상렬 위원장이 내게 유흥업소 단속으로 적발되어 기소중지된 사람 중 한 명을 선처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이위원장은 그 사람은 업소의 실제 주인이 아니라는 등 여러 가지 설명을 하더라”고 밝혔다. 이위원장이 선처를 부탁한 사람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무허가 단란주점 영업을 한 혐의로 당시 기소중지되었던 민주당 당직자로 알려졌다.



    이지청장은 이상렬 위원장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지청장은 “사건 내용을 검토해 보니 선처해 줄 만한 사안이 아니어서 선처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노무현 후보측은 “노후보가 당시 민주당 경선 때문에 바쁜 와중에 지구당위원장의 부탁을 받았다. 노후보는 정확히 내막을 알아보지 않은 상황에서 동부지청장에게 ‘사람을 보낼 테니 만나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상렬 위원장은 “4월12일 이지청장을 찾아가 유흥업소 단속과 관련된 민원을 이지청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의 청탁 전화 사실은 4월 말 대검찰청 등 검찰 주변에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들은 정치권 인사의 사적인 청탁 사안을 갖고 검찰 간부에게 다리를 놓아준 노후보의 행위가 확인되자 대체로 비판적인 분위기.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 비리 게이트는 ‘검찰권의 사유화’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형사사건과 관련, 검사에게 청탁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정치권의 의식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폐”라고 말했다.

    검찰 내에선 이 기회에 대통령후보들의 ‘검찰관(觀)’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차기 대통령 후보는 시대적 과제인 ‘검찰권 독립’을 철저하게 보장해 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단지 지구당위원장에게 잘 보이려는 이유로 대통령후보가 청탁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검찰에 청탁 전화를 스스럼없이 거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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