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5

2002.03.14

‘베테랑 보라매’ 한국 공군의 조종간 잡다

  • < 성동기/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esprit@donga.com

    입력2004-10-19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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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보라매’ 한국 공군의 조종간 잡다
    지난 2월25일 오후 서울 용산의 국방부 기자실. 공군 참모총장 인선을 앞두고 술렁이던 기자들에게 내정 소식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김대욱 공군작전사령관(공사 15기)과 주창성 공군사관학교장(16기), 박성국 합참차장(16기) 등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세 사람 가운데 김대욱 사령관이 최종 낙점됐다는 것. 이날 낮 김동신 국방장관은 공군총장 인사를 위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독대한 뒤 오후에 다시 한번 청와대를 찾아가는 등 급박한 순간들을 거쳤다.

    공군 내 최고 요직으로 손꼽히는 작전사령관(중장)이 총장(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그동안의 ‘순리’였다는 점에서 김사령관의 중용 가능성은 일찌감치 거론되었다. 그러나 그가 대구 출신(대구사범학교 졸업)이라는 점과, 권력 실세가 다른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잡음이 일었던 이번 인사의 특징 때문에 발표될 때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군기무사령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소문의 진원지를 찾았을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F4, F5, F16, RF4C, T37, T28 등 공군이 보유한 여러 항공기를 직접 조종해 본 베테랑 보라매인 김총장은 용장(勇將)이라기보다는 지장(智將)으로 평가받는다. 휘하에 많은 부하를 거느리는 육군과 달리 기술군 성격을 띠는 공군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화려한’ 학업성적이 지적인 면을 돋보이게 만든다.

    ‘베테랑 보라매’ 한국 공군의 조종간 잡다
    공군사관학교 수석 입학, 수석 졸업. 이로 인해 졸업식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한 그는 이번에 총장에 임명되면서 ‘최초의 박사 출신 참모총장’이라는 신기록을 남겼다. 대위 시절 군 과학화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파견돼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던 것. 신임 공군총장 축하 리셉션 행사장에서 만난 한 예비역 장교는 “당시에는 공사 졸업성적이 5위 안에 들면 국내외 교육기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진급에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어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그의 학구열은 당시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여러 가지 일화를 남기고 있다. 지난해 5월 공군작전사령관 시절 기분 좋게 회식하고 술이 부족한 부하 장교 몇몇과 함께 공관으로 자리를 옮겨 술잔을 기울였을 때의 일. 모두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시점에서 K중위가 불쑥 사령관에게 난처한 질문을 던졌다. “사령관님! 10년 후 중국이 우리나라와 우호관계가 될 것 같습니까, 아니면 적대관계가 될 것 같습니까?”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었으므로 얼버무리고 말았어도 좋으련만, 순간 당황한 사령관은 “쉽게 답할 문제가 아닌 것 같네. 내일 답하도록 하겠네”라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부관을 부른 사령관은 A4용지 3장을 건네며 K중위에게 갖다주라고 지시했다. 고민 끝에 미 7공군사령관이 최근 중국에 관해 강연한 내용과 이에 대한 사령관의 주장을 담아 하룻밤 만에 간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

    그에 대한 군내의 또 다른 평가는 완벽주의자라는 점이다. 보고서를 들고 가면 지적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닐 정도로 깐깐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논리가 부족하거나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때는 다시 결재받도록 지시하고 업무를 파악하지 못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호통이 떨어지기 일쑤다. 결재서류가 많이 몰려 다 처리하지 못한 때는 휴일에 골프 치고 나서도 사무실에 나와 처리할 정도인 그의 성향은 때로 주변 사람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천하가 아무리 태평해도 전쟁을 잊으면 위태롭다’(天下雖安 忘戰必危)는 중국 당대 시인 백거이의 말이 그의 좌우명. 공군작전사령관 시절 두 달에 한 번꼴로 11차례나 직접 전투기를 몰고 전국 각지의 비행단에 기습적으로 비상출격 명령을 내리는 등 주야간 대비태세 점검 비행을 실시했던 일화도 전해진다. 부인 김상옥(52) 여사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아들 준형씨(26)가 공군 학사장교로 임관해 현재 수원기지에서 중위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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