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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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이 바짝바짝 마르십니까

체내 물 공급 기능 고장난 ‘구갈증’ … 배즙 수시로 마시면 큰 도움

  • < 조 영/ 자생한방병원 진료부장 > www.jaseng.co.kr

    입력2005-01-06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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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십니까
    자신의 목마름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은 건강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물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최근 음료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제품도 우리 몸이 갈증을 느끼는 정도를 ‘몇 %’라는 수치로 표현한 흥미로운 컨셉트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날씨가 무더워 땀을 많이 흘리거나 운동을 격렬하게 한 뒤, 또는 병적인 이유로 수분이 부족할 때면 누구나 갈증을 느낀다. 갈증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방어기전이다. 즉 몸에서 열이 날 때 신체의 냉각기관인 폐장과 피부가 체액을 배출함으로써 체열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데, 모자라는 체액을 보충하라는 신호가 바로 갈증이다.

    그런데 목줄이 타들어갈 정도로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갈증이 자주 나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한방에선 이를 ‘구갈증’(口渴症)이라 하여 병증으로 규정한다. 구갈증은 진액이 부족하거나 필요한 곳에 진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발생한다. 여기서 진액(津液)이란 혈액은 물론 뇌수·골수·정액 또는 기타 영양분이 들어 있는 체액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무즙·생마즙도 갈증 푸는 데 좋아

    우리 몸에서 진액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양기를 담는 그릇인 혈액이 부족하면 양기가 충천해 혈액을 데우기 때문에 생리적으로 물을 갈구하는 것이 그 첫째다. 이는 혈허증으로 인한 구갈증으로서, 당귀가 들어 있는 사물탕 등의 보혈제를 처방해 혈액이 충족되면 저절로 사라진다.



    둘째, 폐장과 위장의 진액이 부족한 음허증도 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신장이 품고 있는 물의 기운[水氣]이 폐장으로 전달되어 이 기운이 폐장을 통해 온몸으로 확산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리현상. 그런데 이런 과정에 제동이 걸리면 갈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때 만약 신장의 진액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면 숙지황이 든 육미지황탕을 처방해 신장의 수기(水氣)를 보충해 준다. 또 폐장의 기운이 부족해 수기가 온몸으로 뻗어나가지 못할 때는 인삼·시호 등을 재료로 한 소시호탕으로 다스린다. 진액을 흡수하는 근원인 위장에 열이 많다면 위장의 열을 내리고 소화능력을 증진하는 옥천산을 쓴다.

    한편 기의 흐름이 어혈로 인해 막힐 때도 진액이 정체해 갈증이 난다. 이럴 때는 당귀·천궁·도인·홍화가 들어 있는 혈부축어탕으로 어혈을 풀어야만 해소할 수 있다. 이밖에 설사나 과도한 땀 분비, 각종 열성 질환 때문에 진액을 소모할 때도 환자들은 구갈증을 호소한다. 결국 각각의 원인과 증상에 맞춰 약물치료로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한방에서의 구갈증 치료법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가정에서 시원한 배즙을 수시로 마심으로써 구갈증을 달랠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도 ‘배는 변비를 완화하고 이뇨작용에 효과가 있으며, 술 마신 다음날 목이 마를 때 특히 좋다’고 적고 있다. 단순히 배즙을 내서 먹어도 좋지만 배 20g에 생강 5g, 대추 5g, 은행 5g, 도라지 10g을 섞어 2시간 가량 중탕하면 그야말로 훌륭한 한약재가 된다.

    단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 배를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기 쉽다. 또 배는 부스럼이 있는 사람이나 산모에게는 좋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생마·생지황·생연근 등을 갈아 즙을 낸 뒤 아침저녁으로 식후에 한 컵씩 마시면 갈증을 푸는 데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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