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2

2001.07.12

한쪽 주장 일방 질문 땐 여론조사는 홍보 도구

“국민 63% 영향 미친다” 응답

  • <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정치심리학 박사 > kyuno@randr.co.kr

    입력2005-01-06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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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는 여론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과학적 도구인데 일부에서는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기관이 1997년에 우리 나라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사람은 그것으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는 의도가 있는가’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63%가 ‘그렇다’고 하여 적지않은 사람이 여론조사가 홍보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여론조사기관협회(AAPOR)에서는 언론이 여론조사 기사를 보도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8가지 지침 중 하나로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은 없지만 필자의 추측은 다음과 같다. 독자에게 조사 의뢰자를 알려줌으로써 조사 의도와 이익을 짐작하게 하고, 조사 기관을 밝힘으로써 그 결과가 어느 정도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 같다. 요즈음 우리 나라 언론기관의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한번 생각해 보자.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조세에는 성역이 없다는 ‘조세 정의’를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집권측의 언론 길들이기 음모’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때 ‘조세 정의’나 ‘언론 길들이기’ 중 한쪽 주장만을 조사하여 발표한다면 사실 전체를 알지 못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객관성을 잃을 뿐더러 그 조사는 본의 아니게 한쪽 주장의 홍보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전문 조사 기관은 양측면을 모두 조사할 수 있는 설문을 구성해야 한다.

    또 질문할 때에는 편견이 들어 있는 질문, 가정적인 사실을 두고 하는 질문, 가치 판단적인 용어나 상투적인 용어가 든 질문 등은 피해야 한다. 1960년대 미국 갤럽이 월남에 파병한 미군 철수에 대해 ‘우리 병사’라는 말을 썼을 때가 ‘미군’이라는 말을 썼을 때보다 철수에 대한 찬성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도 가치 판단적 용어 (언론탄압·언론개혁)나 편견이 들어 있는 용어(탈세·불법행위)를 질문으로 쓰면 응답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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