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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무작정 우물에 뛰어들지 말라

무작정 우물에 뛰어들지 말라

무작정 우물에 뛰어들지 말라
사람이 살아가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모든 것을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자와 전문가의 말을 듣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믿고 싶은 말을 믿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믿지 않는다.

아이가 우물에 빠졌으니 구하러 가자고 하면, 공자님도 놀라 허둥지둥 우물가로 달려간다. 그럴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도착한 공자에게 “아이가 우물 속에 있으니 빨리 들어가시라”고 권한다고 우물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무작정 우물에 뛰어든다고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논어’ 옹야(雍也)편은 “군자는 우물까지 가게 할 수는 있으나 빠지게 할 수는 없으니, 이치에 있는 말로 속일 수는 있으나(可欺也) 터무니없는 말로 속일 수는 없다(不可罔也)”고 하였다.

일국의 정치를 책임지는 대통령은 많은 사람에게 의존한다. 정책의 판단을 위해 실무자와 보좌관, 그리고 전문가의 보고와 의견을 듣는다. 대통령을 둘러싼 사람이 단순한 사실 관계의 착오 때문이든 파당적 이해관계 때문이든, 이치에 맞는 그럴듯한 말을 이구동성으로 한다면 아무리 현명한 대통령이라도 이를 믿게 된다. 공자님도 허둥지둥 우물가로 달려가는데…. 그러나 이미 문제점이 수두룩이 지적된 사안을 강행하는 것은 우물로 뛰어드는 일이다. 이해관계와 무관한 수많은 시민, 종교인, 문인과 예술가, 그리고 학자가 부당성과 위험성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또한 이미 공개 토론회 과정에서 환경파괴적이고 경제성도 없으며, 전북 발전에 도움도 주지 못하고 수질 문제의 해결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난 새만금사업을 강행하는 것 역시 우물로 뛰어드는 것이다. 조금만 검토해 보면 ‘환경친화적’이니 ‘순차적 개발’이니 하는 수식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쌀을 자급하자거나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주장에 귀가 솔깃하지만, 오늘날 농사를 짓지 않으려는 농민이 늘어나는 진정한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호남의 발전이 낙후된 것이 어디 농지가 부족한 때문인가. 장기적으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거나 지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대책에는 소홀하면서 “식량 위기에 대처해야 하니 빨리 새만금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하는 것은 “아이를 구해야 하니 빨리 우물 속으로 뛰어들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새만금사업 강행 후유증 고스란히 후세들의 부담



단 한번도 대안을 진지하게 연구하거나 모색해 보지 않고 “이미 시작한 일이고 대안도 없으니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전주권의 그린벨트를 대부분 녹지로 보전하고 축산폐수를 완벽히 관리하는 등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대책까지 추진해도 수질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환경부의 연구 결과는 그럴 리가 없다고 무시한다. 막아버린 갯벌의 절반도 사용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 이를 ‘순차적 개발’이라 우기고 있다. 평가단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것은 이미 국무총리가 새만금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소신을 언론에 발표한 뒤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정부의 결단’으로 바꿔 총리실 주도로 결론을 내려놓고 변조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지만 사람은 화가 난다. 이 정도면 환경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닌지.

어느 선배교수가 개탄을 했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이 “교육은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쓰였다고…. 잘못된 소신이나 정치적 인기 때문에 교육을 망치더라도 그 결과는 20~30년 뒤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나라가 망하는 것은 백 년 뒤의 일이라나. 큰소리친 정치가나 관료는 이미 그 자리에 없으니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새만금사업 강행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후세의 몫으로 남을 것이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무작정 우물에 뛰어들기 전에 이치를 따져 생각해 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1.06.14 288호 (p96~96)

  • < 한경구 국민대 교수·문화인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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