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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정국’ 대폭발 주의보!

국회법 개정안 처리 6월 아니면 사실상 기회 없어… 강행 땐 예측 불능의 엄청난 파란 예상

‘6월 정국’ 대폭발 주의보!

‘6월 정국’ 대폭발 주의보!
산넘으니 또 산. 집권 민주당의 요즘 처한 상황이 이러할 것이다. 소장파 의원들에 의한 정풍운동 및 당 쇄신 요구의 파장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가운데, 6월에 들어오면서 여권에는 또 하나의 심각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발등의 불처럼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 민주당이 내홍(內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국회에 또 다른 전운(戰雲)이 몰려오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필요한 정수를 줄이는 것이 최대 쟁점. 이 일에 당의 사활을 건 자민련은 이미 국회의원 총수의 5%(14석)로 줄이는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현재 자민련은 물론 여권 전체의 분위기는 6월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앞으로 기회는 없다는 것. 7월과 8월은 하한(夏閑) 정국으로 당의 역량을 결집시키기가 마땅치 않고, 9월 정기국회는 기본적으로 예산국회이기 때문에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에까지 넘어가면 한나라당이 예산안 통과 문제와 이 사안을 연계해 발목을 붙잡을 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예산안 통과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사정에 따라 여권 특히 자민련의 분위기는 상당히 심각하다. 자민련의 한 고위 당직자는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교섭단체 구성요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3당 정책연합이라는 것도 별의미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6월에 이 문제를 담판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총무도 “우리 당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지 오래다”라면서 “어차피 표결 처리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처럼 자민련 내부에서는 “일전불사”의 목소리가 드높다.

‘6월 정국’ 대폭발 주의보!
민주당 의원들의 ‘임대’로 이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음에도 자민련이 국회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가까스로 맞춘 20석에서 또다시 결원이 생길지 모를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 농협중앙회장 재직 시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자민련 원철희 의원에 대해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자민련은 다시 비교섭단체로 전락한다. 원의원은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물론 민주당이 다시 의원을 꿔주면 원내교섭단체 유지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다시 그럴 수 있느냐는 것. 3차례에 걸쳐 의원을 꿔주는 변칙 처리에 대한 비판론을 감당하기에는 매우 힘들 듯하다. 따라서 의원을 임대하는 것보다는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고 욕을 먹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여권의 일반적인 기류다. 이래저래 6월 국회에서 또 한번의 국회법 날치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은 날치기 처리에 대한 비판론 수준에서 문제가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다음은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의 심각한 토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교섭단체 기준이 의석수의 5%를 넘지 않고, 16대 국회에서 의석수가 줄어들었다는 명분이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실력 저지 그 다음이 문제다. 강행 처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당내의 소장파를 다시 자극할 것이 눈에 선하다. 당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고 있는 소장파 의원들이 언제까지 자민련 때문에 끌려다녀야 하느냐고 들고 나오면, 당 쇄신론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 다음에 사태가 어떻게 번져나갈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재신임을 받은 김중권 대표에게도 이 사안은 또 하나의 위기다. 정풍운동의 회오리 속에서 겨우 대표 사퇴의 위기를 넘겼는가 싶었는데,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전보다 훨씬 큰 파도가 덮치는 형국이다. 김대표의 한 측근은 “자민련의 분위기가 격앙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민주당 내부 파워 게임 측면에서 보면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김대표 경질의 빌미를 제공해, 자연스러운 대표 교체를 유도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때문에 김대표를 재신임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대표에게 국회법 개정안 처리라는 악역을 맡기고,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그 다음에 새 대표를 내세워 분위기를 일신한다는 복안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중권 대표 체제가 들어설 당시 동교동계 중도파의 한 중진의원은 다음처럼 말한 적이 있다. “대표라는 자리는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는 매우 유리하지만, 대신 자신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 점은 김대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보다는 당과 여권 전체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다 보면 자신의 이미지가 구겨질 것도 감수해야 한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영남권 후보론의 과실은 막상 다른 사람이 따 먹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97년 대통령선거를 1년 여 앞두고 벌어진 96년 12월의 노동법·안기부법 개정안 날치기 사태를 연상하게 하는 대목. 유력한 대권주자의 한 사람이던 당시 신한국당의 이홍구 대표는 결국 노동법 날치기 처리의 유탄을 맞고 낙마하고 말았다(상자 기사 참조).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은 김대표 개인 차원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칫 하면 여권 전체의 임기 후반 통치 전략이 재차 흐트러질 수도 있다. 국회법 강행처리는 결국 3당 정책연합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민주당 김중권 대표,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 민국당 김윤환 대표는 ‘민생·개혁입법, 정치현안을 해결하는 데 의회주의 원칙과 국회법에 따라 안건을 처리하도록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의회주의 원칙이란 곧 다수결을 의미한다. 3당 정책연합은 DJP 공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대통령도 비판 여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과정에서 DJP 공조에 균열이 갈 소지는 많다. 만약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에 성공할 경우, 이제 얻을 것 다 얻은 자민련의 행보는 훨씬 가벼워진다. 실익만 생각한다면 굳이 김대통령과 민주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양당 공조는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의 발언으로 이미 이상조짐이 나타난 상태다. 지난 5월29일 이상수 총무는 지구당 행사에서 “(민주당) 인기가 떨어진 이유 중에는 인적·제도적·법적 청산이 어려운 자민련과의 공조로 집권 3년간 개혁 추진이 미흡했다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총무의 발언은 당내 많은 소장파 의원들의 인식을 대변한다.

3당 정책연합이 흔들리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여권의 임기 말 내지 대선 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노동법 강행 처리가 김영삼 정부의 레임덕을 급격하게 심화시킨 일을 떠올리게 한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김대통령의 당정 쇄신책이 어떤 모습이 될지 속단할 수 없지만, 아마도 3당 정책연합까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차원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정풍운동은 단순히 당내 문제에 국한한 성질의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여권의 시스템과 패러다임은 물론 향후 구도까지 감안해 총체적으로 재검토하는 대수술이 아니면 임기 말이 참으로 힘들어질 것이다.”





주간동아 2001.06.14 288호 (p14~15)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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