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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시대 연 구두닦이 출신 인디오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 당선자

성공시대 연 구두닦이 출신 인디오

성공시대 연 구두닦이 출신 인디오
지난 6월3일 실시된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알레한드로 톨레도(55)를 국민은 ‘촐로 엑시토소’(성공한 혼혈 인디오)라 부른다. 안데스 산맥의 인디오(원주민)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의 16남매 중 한 명. 궁핍한 생활고 때문에 어린시절 구두닦이로 나선 그는 장학금으로 페루의 산프란시스코 대학을 마친 후 기자 시험에 합격했다. 언론인의 길을 걸으려던 그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장학금 제의를 받자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일하다 90년대 초반 페루로 돌아와 정계에 투신했다.

페루 국민은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자 원주민인 그를 과거 조상들이 일구던 찬란한 잉카 문명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적격자라 믿고 열렬히 지지했다. 인구 2600만 명의 80%를 차지하는 인디오의 강력한 지지가 최대 승인이었다. 톨레도 후보 자신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선거유세 동안 “우리는 수세기 동안 굴종과 굴욕의 역사를 살아왔다”면서 “그러나 지금 우리는 원주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시간에 도달했다”고 자주 역설했다. 톨레도가 국민의 인기를 끈 또 다른 이유는 독재로 치닫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선 것. 그는 후지모리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항한 야당의 반정부운동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옴으로써 대중의 인기를 얻었으며, 이 때문에 후지모리 사임 이후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그는 95년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데 이어 지난해 선거에서는 결선까지 진출했으나, 후지모리 정권의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후지모리 정권퇴진 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는 후지모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수차례 열어 압박했으며 후지모리는 견디다 못해 해외순방차 들른 일본에서 정치적 망명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톨레도는 당선 확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7월28일 대통령 취임 이전에 경제난 해결을 위해 해외방문길에 나설 방침이라면서 경제 도약을 위해 외국자본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모리의 집권 말기인 98년부터 시작된 페루의 경제난은 지난 2년 동안 더욱 악화되었으며 정국 위기까지 겹치면서 올 들어 1/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9.4%가 줄었으며 정부는 올 들어 공공지출예산을 대폭 줄이는 등 초긴축재정을 실시하였으나 인플레와 실업률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후지모리 퇴진운동 주도 … 정국 불안, 경제난 등 산 넘어 산

톨레도 당선자는 선거공약으로 일자리 100만 개 창출과 임기 내 해마다 6∼7%의 경제성장, 수출확대 등을 약속했으나, 민주제도 정착과 경제개혁 등에 따른 페루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향상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후지모리 시절 득세하던 군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톨레도로서는 크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여소야대로 정국이 가뜩이나 불안한 가운데 터진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전 국가정보부장의 야당의원 매수 스캔들은 페루 고위 군부의 부패상을 여지없이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밖에도 일각에서는 그가 ‘원주민의 희망’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페루 유권자들에게 적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만큼이나 ‘외모와 혈통만을 앞세워 인기에 영합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선거유세 기간 동안 불거진 선거운동자금 유용, 약물 복용, 가정 불화 등의 소문으로 인해 톨레도는 지지율 하락을 겪었으며 공직경험이 한번도 없다는 점 역시 불리한 요소로 거론되어 왔다. 개혁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과 인구의 절반이 넘는 빈민층의 희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가 과연 공약대로 ‘잉카 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주간동아 2001.06.14 288호 (p8~8)

  • < 정미경/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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