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5

2001.05.24

마우스 대신 붓 잡은 동심 “명필이 따로 있나”

  • <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 글/ 신을진 기자 happyend@donga.com >

    입력2005-01-27 14:3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마우스 대신 붓 잡은 동심 “명필이 따로 있나”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길랑 다하여라…’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이런 옛 시조들을 요즘 아이들도 알고 있을까?

    컴퓨터와 더불어 생각하고, 인터넷에 길들여졌고, 게임을 친구 삼는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이라고 핸드폰 문자 메시지만 주고받으며 사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꿈을 안고 멀리서 한양의 과거 시험장으로 찾아든 옛 선비들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진지하게 붓글씨를 쓰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들. 괴나리봇짐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배낭에는 먹과 붓, 벼루가 가지런히 들어 있다.

    지난 5월12일 서울시가 주최한 ‘어린이 과거제’가 운현궁 앞뜰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어린이 과거제는 조선시대 고종이 실시한 과거제도를 재현한 것. 고종은 즉위 다음해에 정기적으로 치르는 과거시험과는 별도로 왕위에 오르기 전 함께 공부한 학동들과 전국의 어린 선비들을 모아 과거시험을 치르게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는 모두 120여 명. 시내 초등학교에서 추천받은 어린이들이 모여 정철, 남구만, 양사언의 시조 중 하나를 골라 서예솜씨를 뽐냈다. 이날 심사에서 장원급제한 황성원군(중편초교 5년)은 어사화를 쓰고 조랑말을 탄 채 운현궁 마당과 주변을 도는 축하행진을 벌이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어린이 과거제’가 최근 복원을 완료한 운현궁을 관광명소화하는 데도 한몫한 셈이다.



    시사포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