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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

명상에서 행복 찾는 ‘괴짜 인생’

20여년간 명상 전념 길연씨… 인도·티베트 누빈 정진의 세월

명상에서 행복 찾는 ‘괴짜 인생’

명상에서 행복 찾는 ‘괴짜 인생’
명상은 즐거운 것이고 즐거운 것은 모두가 명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는답시고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있지만 깨달음은 그런 식으로는 절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괴짜 명상연구가 길연씨(43)의 명상론이다.

길씨는 최근 인도와 티베트에서 명상을 배울 때 경험한 61가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모은 책 ‘푸하하 붓다’를 출간했다. 이전에도 ‘삶과 명상’ ‘마음 비우기’ 등 두 권의 명상 관련 서적을 저술했고 ‘잠에서 깨어나라’ ‘禪:영원의 웃음소리’ ‘신심명’(信心銘) 등의 외국 명상서를 우리말로 번역했다.

짧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명상을 위해 갈고 닦은 영어 실력은 수준급. 불교방송 개국 초기엔 ‘명상음악’이라는 프로그램의 대본을 쓰고 곡 선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길씨의 명상세계를 접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경기도 가평군을 찾았다. 그는 10여 호가 모여 사는 작은 산골 마을의 옹색한 초가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방에는 커다란 최신형 컴퓨터가 한 대 놓여 있었다. 인터넷을 하기 위한 용도란다. 현대에서는 명상도 인터넷 없이는 불가능한 것일까.

그럼에도 길씨는 명상가답게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나긋한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까지 평화롭게 했다. 그러나 그런 길씨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명상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는 중학교 시험에 두 번 떨어졌다. 마음이 상한 아버지에게 삼수를 하겠다는 말은 감히 할 수도 없었다. 또래 아이들처럼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의 음악에 빠져 기타를 배웠고 술, 담배, 심지어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직접 작곡한 노래가 10여 곡이 넘을 정도로 재능도 있었다고 한다.



명상에서 행복 찾는 ‘괴짜 인생’
명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이 넘어서부터. “술, 마약에선 ‘영원한 행복’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찾은 길이 명상입니다.” 명상 연구에 빠져보겠다고 결심했지만 처음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길씨는 무작정 경전과 명상서를 구해 읽기 시작했다.

“명상에 관한 책은 모조리 사서 읽었고 전국의 도사란 도사는 다 찾아다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을 읽고 가부좌만 틀면 명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많은 책을 읽고 도인들을 찾아 다녔지만 그의 생활은 이전 그대로였다.

길씨는 1987년 가진 돈 500만원을 모두 털어 무작정 인도로 떠났다. 우연히 인도음악을 듣고 느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진정한 행복’을 그곳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가 찾아간 곳은 인도 봄베이에서 남동쪽으로 170km 정도 떨어진 푸나 지방의 오쇼 아쉬람.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가 1974년에 세운 세계 최대의 명상지로 각국의 명상인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길씨는 그곳에서 탄트라, 댄스 등 여러 가지 명상법을 통해 행복감과 충만감 속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돈이 떨어지면 한국에 돌아왔어요.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이 모이면 다시 인도로 떠났습니다.” 그는 서른부터 마흔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 돈을 마련해 다시 인도로 떠나는 생활을 반복했다. 10년간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술, 담배, 마약을 모두 끊었다. 명상을 통해 행복으로 똘똘 뭉친 삶을 얻었는데 그런 것들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고 길씨는 반문한다.

스스로 역마살이 끼였다고 얘기하는 길씨는 최근에도 인도, 티베트, 유럽의 명상센터들을 돌며 관련 문헌과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삶이 괴롭고 힘들어 명상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길씨의 저서, 역서들은 모두 그런 노력으로부터 나온 결과다.

길씨는 ‘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다. 그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모든 동물은 죽을 때 극도의 긴장을 하게 되는데 그때 발생하는 기를 사람이 먹으면 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답게 길씨의 밥상은 단출하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갖은 채소를 따고, 잡곡밥을 짓고 고추장을 퍼다 놓으면 식사준비가 끝난다. 식사를 마치면 뒷산에서 직접 딴 찻잎으로 우려낸 차로 입가심을 한다. 하지만 그도 친구들을 만날 땐 고기도 먹고 생선도 먹는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긴장하는 것이 자신의 몸에 더 해롭기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이 재밌다.

호기심이 동한 기자는 길씨에게 쉽게 할 수 있는 명상법을 하나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의 대답. “자기가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윗사람의 인정을 받으세요.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면 저절로 명상이 됩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명상법입니다.”

길씨의 명상법은 도대체 인도에서 무엇을 배우고 왔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간단했다. 그에겐 생활 자체가 모두 명상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 길을 걷는 것, 밥 먹고 잠자는 것 모두가….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즐기며 사는 게 제 명상법입니다. 세상을 향해 한바탕 웃어보세요. 자신을 향해 크게 웃고 다른 사람에게도 크게 웃어주면 그게 행복 아닙니까.”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길씨의 말에 그와 마주보고 한바탕 웃고 있을 때 그의 아내(34)가 차를 내왔다. 길씨는 아내와 6년 전 결혼했다. 서울의 한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던 그의 아내가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문을 구한 사람이 길씨였다. 처가 식구들은 그가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가 식구들이 이 기사를 보고 저의 실제 학력을 알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는 원래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결혼 역시 인간의 즐거움을 구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길씨는 하회탈의 초탈한 듯한 웃음, 중국 음식점에 걸려 있는 배불뚝이 성자 ‘포대화상’의 웃음도 모두 깨달은 자의 웃음이라고 설명한다. “하회탈과 포대화상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한 편의 영화이며 우리네 삶이 한 편의 희곡일 따름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긴장과 굴레를 벗어 던지고 훨훨 나는 기분으로 웃고 있는 것이지요.”

길씨는 날씨가 따뜻할 땐 옷을 입지 않고 생활한다. 옷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굴레를 달고 살면 불행해진다는 것이 길씨의 생각. 전에 살던 곳에선 벌거벗고 텃밭을 일구며 명상을 하다 이웃 주민들이 반상회까지 열어 그를 쫓아냈다고 털어놓는다.

물론 길씨도 처음엔 옷을 벗는 것이 쑥스러웠다. 그러나 용기를 내 처음으로 ‘굴레’를 벗어 던졌을 때 느낀 행복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인간은 옷을 입고 있을 때 서로 ‘저 사람은 남자다’ ‘저 사람은 여자다’라는 분별 의식이 강해집니다. 옷 입은 남자들은 거시기가 크다 작다 하는 것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지요. 발가벗고 있으면 크다 작다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요. 그때부터 모두가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의 인간, 존재가 되는 거죠.” 길씨는 스스로 깨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깨닫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길씨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거의 없는 현실이 안쓰럽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모두 삶이 희극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생기면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보고 싶습니다.”

길씨의 말처럼 그에겐 괴롭고 힘든 일이 하나도 없을까. 취재를 마치고 대문 밖으로 나서는 기자에게 그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저에게는 죽음도 행복이고 삶도 행복입니다. 모든 일이 이처럼 즐거운데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주간동아 2001.03.01 273호 (p76~77)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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