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4

2000.12.21

위기의 건설업, e비즈니스만이 살길

  • 입력2005-06-08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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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건설업, e비즈니스만이 살길
    현대건설 사태로 국내 건설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는 ‘위험’인 동시에 ‘기회’를 내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위기를 맞은 한국 건설산업이 어떻게 기회를 포착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1월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애너하임시에서 사흘간 열린 ‘건설산업을 위한 컴퓨터’(CFC 2000)라는 세미나에 국내 학자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가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 선진국 건설산업의 흐름을 통해 국내 건설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CFC 2000’ 행사의 가장 큰 주제는 ‘건설산업과 e-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정보기술(IT) 적용에 가장 보수적이고 더딘 분야가 건설산업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건설관리기술이 일부 선도기업에 의해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인터넷에 의한 비즈니스’(e-비즈니스)였다. 그 중에서도 웹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시스템과 관리시스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행사 내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됐던 기술적 사례가 발표됐고, 세미나 참여자의 상당수가 프로젝트 매니저 또는 건설업체 대표들이었다. 발표 내용을 유심히 검토해보면 한국의 현실과 비교할 때 수준차는 나지만, 최근 타임지가 지적한 대로 세계적 인터넷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이 따라갈 여지는 충분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발표자가 한국기업엔 하나도 없었고 단순한 참석자도 2개사에 지나지 않았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동안 연일 계속되는 한국 건설업체의 부도 임박뉴스를 들으면서 선진국 업체와의 경쟁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곳에서도 아직은 건설업에서 필수적인 전자조달(e-procurement)이나 전자입찰(e-bidding) 분야에서 인터넷의 활용도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과학적인 건설사업관리(CM)와 정보공유는 충분히 보고 배울 만하다고 생각했다.

    건설의 전과정은 기획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 단계별로 전문회사들에 의해 업무가 나뉘어 진행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들 전 과정을 CM 전문회사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으며, 분리된 각각의 단계에서 정보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짐으로써 공사비와 공기를 단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CM의 활용이 일반화되지 않았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국내 건설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건설공사의 전 공정에 대한 건설사업관리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했던 데에 있다고 본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동안 우리 건설업에서는 입찰 견적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 전과정에 대한 사업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부에서 CM을 도입해 공사비 10% 절감과 공사기간 30% 단축을 실현하고 있다. ‘CFC 2000’ 행사에서 여러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한 회사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CM 도구에 의해 프로젝트 비용의 5∼10%를 추가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국내기업들도 이제 CM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거기에 e-비즈니스를 적용해야 한다. 즉, 입찰에서부터 공사현장관리까지 건설사업 전반이 웹을 통해 이뤄지면서 비용 절감과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면 전설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던 한국 건설산업도 비로소 과거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세미나에서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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