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3

2000.12.14

‘인류학’ 편견없이 바로 보기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5-06-07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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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학’ 편견없이 바로 보기
    인류학을 학문의 영역으로부터 끌어내 대중에게 다가서도록 만든 사람이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다. 그의 저서 ‘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식인과 제왕’ ‘작은 인간’은 모든 문화현상을 ‘생존본능’이라는 측면에서 명쾌하게 해석해 학자들보다는 일반인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해리스와 비슷한 시기에 데스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가 국내에 출판됐다. 동물학자인 모리스는 ‘털없는 원숭이’ ‘인간동물원’ ‘접촉’ ‘맨워칭’ ‘바디워칭’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일관되게 인간이라는 동물도 또 하나의 영장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나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는 비록 관점은 달랐지만, 인문과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20만부 가까이 팔리며 90년대의 ‘문화 읽기’ 붐에 일조했다.

    그러나 해리스가 몰고온 인류학 읽기 붐이 전문가들에게 반드시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의 한 교수는 “마빈 해리스의 책이 유행하다 보니 그를 인류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그의 유물론적 시각은 요즘 인류학계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 점에서 애덤 쿠퍼의 ‘네안데르탈인 지하철을 타다’는 인류학에 대한 편식과 편견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1950년대 이후 인류학이 분화를 거듭하면서 체질인류학과 문화인류학이 완전히 별개의 학문처럼 발전해 온 것을 반성하고, 생물학적 이론과 문화론적 이론의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이 책은 1850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이래 계속돼온 인류학계의 논쟁들(인류의 기원, 인간성, 인류의 다양성에 관한)을 정리하고 마지막에 충실한 ‘찾아보기’까지 달아놓아 예비인류학자들의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쿠퍼 교수는 원칙적으로 인류학자는 모두 다윈주의자라고 말한다. 다윈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인간은 (고상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신체구성에 있어 저급유기체에 기원을 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유인원 중 어떤 계통에서 큰 두뇌와 두발 걷기를 하게 됐고 이 종으로부터 점차 더 진전된 호미니드 유형이 진화됐다. 드디어 언어능력이 발달했고, 여기서부터 인류사의 획을 그은 일련의 문화적 진보가 이루어졌다. 여기까지가 다윈이 남긴 유산이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 원인을 설명하는 데서부터 입장이 갈렸다. 인간을 생물학적-유전적 능력과 본능에 비춰 이해하려는 사람들(생물학파)과 인간의 행위를 형성하는 데 학습-양육의 독특한 역할을 강조하는 사람들(문화학파)은 양 극단에서 다윈의 유산을 놓고 경쟁했다. 그리고 지금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벌거벗은 유인원(털없는 원숭이)’의 모리스나 ‘제3의 침팬지’로 우리에게 알려진 다이아먼드는 생물학파에 속한다. 이들의 주장은 다윈주의 이론을 근간으로 현대유전학의 발달에 힘입어 문화학파를 완전히 누르고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전학은 다윈을 당황하게 했던 ‘돌연변이의 발생’과 세대간 형질전달문제에 해답을 주었지만, 생물학적 진화와는 또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문화적 진화는 설명하지 못했다. 쿠퍼교수는 인류문화의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와는 시간적 척도나 선택의 주체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양측의 화해를 시도한다.

    이 책을 인류학 입문서로 권하는 이유는 그동안 이루어진 인류학적 업적을 소개하면서 비판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장류의 사회생활 연구를 통해 초기 인류의 사회생활을 유추하고자 한 ‘워시번 학파’와 그 아류들의 연구가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고, 다윈주의의 비뚤어진 유산이라고 할 우생학과 지능검사의 문제점, 동물행태학적 유추를 통해 인간행위의 동물적 보편성을 규명하려 한 사회생물학의 ‘유전주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인류학자로서 쿠퍼 교수의 낙관적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장 ‘제2의 밀레니엄’이다. ‘종말에도 아직 시간은 있다’는 부제가 붙은 10장은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종말론적 징후들-자원고갈, 환경문제, 인구폭발 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인류의 진화과정을 감안할 때 인간은 앞으로도 능히 그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문화적 적응력’을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해 처음으로 문화인류학적 평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 될 것이다.

    네안데르탈인 지하철 타다/ 애덤 쿠퍼 지음/ 유명기 옮김/ 한길사 펴냄/ 381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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